현재 경찰과 검찰간에 수사권 조정과 관련하여 뜨거운 논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언론에서는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와 관련해서 양기관이 한치의 양보가 없다는 내용으로 보도를 한 적도 있다. 그럼, 형사소송법에 있는 두 개의 조문이 어떤 내용이라서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인가?
형사소송법 제195조, 제196조의 내용은 ‘수사는 검사가 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만 수사를 할 수 있는 수사 보조자’라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의 보조자이고,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이 내용이 과연 현실감이 있는 법조문인가? 정답은 당연히 ‘아니다’이다. 누구나가 정답을 맞출 수 있는 질문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첫째 ‘한 밤중에 강도사건이 일어나서 피해자가 112신고를 하여 경찰이 출동했다.’ 범인과 대치하고 있든, 범인이 도주하여 현장감식을 하고 증거를 수집하든 어떤 경우라도 좋다. 수사를 누가 하는가? 현장에 검사가 나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치하고 있는 강도를 어떻게 검거하라고 지휘할 수 있는 검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자는 강도를 잡는데 왜 검사가 나가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강도를 검거하는 것이 수사가 아니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째 ‘인질범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그 현장에 검사가 있고, 검사가 현장을 지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역시 정답은 ‘아니다’이다. 이 또한 현실은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고 경찰이 책임을 지는 사건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절대로 현실에 없는 새로운 권한을 창조해서 부여해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사활동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니, 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자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관련 공청회에서 검찰도 현재 형사사건의 97%를 경찰이 독자적으로 한다고 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왜 법을 개정하는 것에는 반대를 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형사사건을 지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이 법조문상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 수사를 하는 경찰의 수사미진에 대해서 검사가 책임을 진적도 없으면서 왜 법무부가 아닌 행정부 소속의 경찰을 지휘하려고 하는가?
우리들은 연쇄살인 사건과 강력사건이 일어났을 때 경찰은 범인을 검거할 때까지 며칠 씩 집에 못 들어가고 수사를 하며, 범인을 검거하지 못 할 때는 그 비난을 경찰이 듣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때 검사는 무엇을 했는가? 현재도 회자되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해서 검사들에게 수사지휘를 잘 못 했다는 비난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그 당시 수사를 지휘했다는 검사들의 인터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검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법조문의 개정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으면서도 법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왜 그런것인가?
검찰은 수사를 권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국민에 대한 사법서비스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라는 명목으로 다른 기관들 위에 군림하려는 것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법의 폐해가 어떤 것인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검찰은 더 이상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반영한 법을 만드는데 조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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