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서보현 기자]
TV가 동거에 빠졌다. 은밀했던 동거생활은 이제 전국민이 보는 TV 앞에서 벗겨지고 있다.
더 이상 동거는 금기의 소재가 아니다. 2003년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방영됐을 때 동거를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화제를 모았다는 것을 상기시켜보면 큰 변화다. 하지만 TV에서 비쳐지는 동거는 현실이 아닌 환상에 가깝다.
현재 지상파와 케이블은 리얼리티를 표방하며 젊은이들을 동거생활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들은 현실과 가상의 중간지점에서 젊은 남녀들에게 동거를 부추기고 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혼인 젊은 스타 네쌍이 가상으로 결혼생활을 체험한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이들의 모습은 결혼이라기보다 동거에 가깝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지난 2월 새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도돼 신선하다는 호응을 얻어 정규 편성됐지만 그때의 신선함과 설렘은 사라졌다. 낯간지러운 자막으로 설렘을 강요하고 미션을 실행하면서 각종 이벤트를 벌여 환상을 심어준다.
지상파에 ‘우리 결혼했어요’가 있다면 케이블에는 '애완남 기르기 나는 펫'이 있다. 사실 동거 리얼리티 쇼의 시초는 코미디(comedy) tv의 '나는 펫'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펫’은 현재까지 시즌3까지 방송됐으며 지난 5일 시즌4 공개모집에 400대 1일을 기록해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나는 펫’은 일본만화 ‘너는 펫’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직장을 가진 연상녀가 연하남을 애완용으로 키우며 한집에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만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모습이 있는 것도 사실.
‘나는 펫’은 음흉남 소심남 게으름뱅이의 캐릭터를 가진 연하남과 까칠한 성격, 어수룩한 성격, 거친 성격을 가진 연상녀들이 한집에 살고 한방에서 잠을 자는 모습은 여과없이 보여준다. 자극적인 대사와 선정적인 옷차림, 스킨십 등은 애완남이 아닌 동거남과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동거 리얼리트쇼가 인기리에 방송되자 케이블 리얼TV는 시스콤 '발칙한 동거, 솔룸메이트'를 방송한다. ‘솔룸메이트’는 신세대들의 성과 결혼에 대한 생각을 짚어보고 사랑법을 찾는다는 것이 기획의도지만 세 쌍의 커플들이 동거를 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분명 현재 동거 리얼리티쇼는 새로운 시도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욱 현실과 가상을 구분 안하며 무조건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것은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이미 그 인기에 비례해 프로그램을 연예계 데뷔 등용문이나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보여지고 있어 순수한 기획의도를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서보현
[email protected]
16715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