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이번 연평도 포격도발에 따른 우리의 대응태도를 보고 절실히 느껴지는 구절이 있다.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표현한 것 말이다. 맞는 말이다.

분명 도전에 대한 ‘대비’가 아닌 ‘응전’이라고 했다. 대비가 아닌 응전!

왜 여기에 그렇게 강한 느낌을 받을까? 그 이유는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가령 길거리에 젊고 예쁜 여자가 지나간다.

그런데, 껄렁한 성욕중독자가 감시하는 경찰도 없는데 왜 함부로 강간하지 못할까?

답은 “처벌이 두려워서”이다.

처벌이 없다면 대비가 소홀할 때 곧바로 범죄를 실행할 용기가 저절로 나기 때문이다.

범죄예방을 완벽히 하려면 국민 1인당 최소 1명씩의 경찰을 붙여줘야 한다.

즉, 국민의 반은 경찰이 되어야 하고, 나머지 반은 자기도 벌어먹고 경찰도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처벌이 있기에, 인구의 1%도 안 되는 경찰만으로도 그만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범죄는 대비 때문에 예방되는 게 아니라 처벌 때문에 예방되는 것이다.

대북관계에도 똑 같다.

방어를 위한 오랜 긴장은 피로와 함께 권태감에 따른 타성 때문에 오히려 더 큰 허점이 된다.

앞문으로 도둑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앞문만 예의주시하며 평생을 보낼 것인가.

그러다 뒷문으로 들어오면 또 뒷문을 예의주시할 것인가. 그럼에도 담벼락을 넘어오면?

즉, 대비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부문에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고, 대비하던 분야에서 예상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면 피로와 타성에 빠져서 오히려 더 큰 허점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방어를 위한 ‘대비’ 위주로 운용되는 우리 국방태세의 전략구조적 문제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연평도의 K9 자주포 운용실태를 가지고 해병대의 기강을 탓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해안포 공격에 대하여 철저히 대비했더니, 엉뚱하게 연평도에 화학전을 쓰면, 그땐 또 화학전 대비가 안 된 것을 탓하며 방독면이 부실하니 어쩌니 하며 호들갑 떨 텐가? 또 백령도에 핵폭탄을 투하하면 그때는 핵 대비가 안 되었다고 호들갑 떨 텐가?

대포병 레이더 고장? 잘한 건 아니지만, 우리의 전략구조에서 발생한 일상현상이지 기강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만일 도둑이 들어왔을 때, 몽둥이로 패죽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다른 일도 못한 채 앞문 뒷문 담벼락 예의주시하고 CCTV까지 설치하여 침입한 증거 만들 필요도 없이, 기본적인 문단속 정도만 해도 될 것이다.

도둑을 두들겨 패 죽인 소문이 나면 그 집에 들어갈 도둑은 없기 때문이다.

즉, 응전으로 도전을 물리치듯, 응징으로 도발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다.

‘대비’에만 치중하느라 ‘응징’을 못하면 그러한 대비는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어차피 대비는 완벽할 수 없다.

예의주시 오래하면 눈알이 아프고, 긴장을 오래하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몸이 아프게 된다.

그러나 강력한 보복을 하고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래서 말인데, 세계 최강의 장비로 서해 방어 어쩌고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기습적으로 강력한 대응을 행하는 것보다 훨씬 못한 방법이라고 본다.

적은 우리의 대비보다 응징을 더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차피 완벽할 수 없는 ‘대비’ 태세 탓하지 말고, 강력하지 못한 ‘응징’ 태세를 탓해야 할 것이다.

전면전? 우리가 그것을 피하려 할수록 북괴는 그것을 무기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면전을 치르려고 할수록 북괴는 전면전을 무기화하지 못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전면전 피한다고 국지전이나 게릴라전으로 북괴를 이길 것 같은가?

그리고 베트남 전쟁 때 죽은 200만보다 전후에 학살된 800만을 영화에선 다루지 않았음을.

그러니 공산도배와의 전쟁은 평화보다 훨씬 남는 셈이 되고, 또한 미리 각오한 전면전은 대책이라도 선다.

전면전 개의치 말고 신속 강력한 응징으로 60년간 대비하느라 쏟아 부은 돈 뽑아내자!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