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6.15 기념강연 전문을 읽어 보았다. 국회방송은 집시법 토론을 하던 중에 한나라당 신지호 의원이 망언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쓰자 민주당 김지철 의원은 망언이란 말을 당장 취소하라 하고 못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분위기가 험악스러워 지기도 했다. 결국 사회자가 공영방송이니 만큼 용어문제는 반복하지 않기로 하자는 것으로 겨우 수습되기는 했지만 양쪽이 여간 격앙된 심사가 아님이 적나나 하게 노출되고 말았다. 모두들 너무 예민해졌으니 걱정이다.
어디 가서 DJ발언 이야기는 되도록 꺼내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토론장은 지금 이문제로 완전 갈라져 악담이 난무하고 있다. 싸우고 싶을 때나 꺼낼 얘기다. 결국 나라가 이렇게, 민심이 이렇게, 국민의 감정이 이토록 찢길 대로 찢겠다는 반증이다.
“조문객 500만의 1/10만 미리 행동했으면 노 전 대통령 사건을 막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50년을 투쟁해서 이룩한 민주주의가 위기다” “우리는 독재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등등... 단어 하나하나가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이런 내용이 던데, 필자는 그보다 무게를 둘 발언은 중반 상당부분을 할애한 김정일이 서운하게 됐다는 부분으로서 독재자 소리는 뒷전으로 들렸다. 김정일의 입장을 우리 상식 이상으로 이해하는 말에 높은 경지인지 잘못된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 잠깐 들어보면,
“다음에는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씀드립니다. 나는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94년 제네바협정을 해 가지고 북한은 핵을 포기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 경수로 지어주고 경제 원조를 하기로 했습니다.”“그런데 클린턴이 해 놓은 것을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서 완전히 뒤집어버렸습니다. 여기서 불신이 생겨났고, 또 아까 말씀 나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선거운동 중에 자기가 당선되면 북한과 이란의 수반들 직접 만나서 풀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당선되고 나서 나의 대북한 정책은 부시 정책이 아니라 클린턴 행정부 하던 정책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한의 기대가 아주 큰 것이 사실입니다”
이하 줄이면서, 전직은 잘했든 못했든 어디까지나 전직이니 유행어로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는 주장이다. 며느리에게 곡간 창고를 넘긴 시어머니는 해다 주는 밥이나 먹는 것이 낫다. 더구나 90고령에 접어든다면 이제 살림살이는 간섭하지 않는 게 덕스럽다. 몸도 쇠약해 휠체어가 아니면 걷지도 못할 지경이라면 ‘행동하는 양심’과도 멀다. 이게 벌써 20년 전에 썼던 문자인데 지금도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성경 야고보서의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근거라지만 재탕 삼탕은 펄펄뛰는 젊은이라고 해도 반정부 투쟁하라고 들리는 진부한 말이다.
고부간으로 비유는 했지만... 사실 DJ와 이명박 정부와는 딴판이라 하겠다. 전임대통령이 시어머니도 아니고, 현직 대통령이나 후임 정부가 며느리도 아니기에 비유는 부적절했다고 하겠는데, DJ와 이명박 정부사이에는 비유보다도 극과 극으로 한참 다르고 먼 이야기다. 전직은 전직으로 접혀야 하고 현직은 현직으로 행동해야 하고 여기에 전직이나 미래직이 민감한 말을 하는 것은 정부의 자존심보다 잘못 들으면 국민의 자존심도 상할 수 있다. 어떤 발언이든 발언에는 발언자의 격이 있기 때문이다.
전직대통령의 격조가 일반 네티즌과 동격일 수는 없다. 전직은 무게도 다르고 여파도 다르다. 신문에 올리는 사설은 이래서 어렵다. 이 말은 전직 대통령 말은 사설하고도 비교하면 안 된다는 얘길 하자는 것이다. 윗물이 이지경이니 동아누리는 자동 뻥, 여기서 중심 잘 못 잡다간 몰매 아닌가.
하려면 고도의 지혜가 담긴 포괄 덕담을 해야 한다. 대통령, 한나라당, 민주당.. 모두가 듣기 좋은 최정상 지혜로운 말을 해야 옳다.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니 김대중씨 소리까지 듣고 이게 뭔가? 이러다가는 김대중 아저씨라거나 할배라고 까지도 하지 않겠는가? 나라의 체통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아무튼, 전직의 말에 여/야나 청와대나 너무 신경 쓰지 말자. 그대로 될 턱도 없고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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