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덴마크·호주 등 공관 30여곳 폐쇄해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은 냉전시대의 동서 스파이 대결의 최전선에서 위용을 자랑해온 건물이다. 독일 통일 이전, 베를린은 북한 정권이 유럽에 진출하는 관문이었다. 대지가 8160㎡(약 2468평)로 유럽의 외국 공관 중 러시아 대사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미국 대사관과 운터덴린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다.
이번에 호스텔로 바뀌게 된 건물은 1990년대부터 외부 임대를 해왔다. 인원이 줄면서 매물로 나왔지만 팔리지 않자 임대를 했던 것이다. 그나마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용도 전환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폴란드 바르샤바 주재 북한대사관도 건물 일부를 현지 TV 방송국에 불법 임대한 것이 적발돼 폴란드 당국으로부터 철회 명령을 받았다. 호주 주재 북한 대사관은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어 대사관을 폐쇄했다고 올 1월 22일 호주 외무부가 발표했다. 최근 북한은 덴마크와 루마니아, 세네갈 등 30여 곳의 해외 공관을 폐쇄하고 일부는 통폐합했다.
유럽주재 외교관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 해외 공관의 비정상적인 운영은 1990년대 말 경제난이 본격화되면서부터 시작됐고, 2001~2002년에는 유럽주재 대사관의 운영비와 월급이 6개월간 연체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등 주요 국가 공관원들은 1000달러의 월급을 받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500달러,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는 100달러가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 급여에는 활동비가 포함된 것이어서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외 공관원들은 자신들이 주최하는 만찬이나 외식 등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데서 초청받는 행사 외에는 공관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초긴축 생활을 하고 있다.
활동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많은 공관원들이 마약 밀매, 각종 골동품 판매 등 불법활동에 연루돼 국제사회에서 망신당하고 있다. 대남공작부서 출신의 한 탈북자는 "최정예 대외공작부서인 '35호실'마저 공작비를 받지 못해 해외 첩자들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 등을 돌리는 일이 많아져 조직 자체가 와해됐다"며 "해외 공관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마커스 놀랜드(Noland)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경제난으로 해외에 있는 대사관들이 불법적 경제 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스스로 보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외화난으로 해외 공관원들이 돈을 벌어 본국에 바쳐야 할 형편이어서 심지어 대사관 건물 안에서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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