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국내 최대의 공기업이다. 계열사를 포함하면 자산이 95조원으로 삼성그룹(63개 계열사, 자산규모 92조원)보다 덩치가 크다.
이러한 거대 공기업이 매년 국방비의 2배에 이르는 예산(20여조원)을 물쓰듯 쓰더니 100억달러의 외채를 짊어지게 되었다.
한전은 6개 발전 자회사를 포함, 12개 계열사(해외법인 포함)를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국가 기간사업의 민영화에 반대해온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발전 회사 매각과 배전 부문 분할 등 한전 구조조정이 사실상 중단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노조의 강력한 반대도 작용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의 구조조정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전은 ‘낙하산 인사’의 구태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 2월 신임사장 공모 광고를 내면서 ‘낙하산 줄을 끊었습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만큼 ‘낙하산 인사’로 얼룩져온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한전은 당시 34 대 1의 기록적인 경쟁을 뚫은 산자부 출신의 한준호(韓埈皓) 사장을 비교적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재 6개 발전 자회사 중 4개의 감사 자리는 여권 인사들이 꿰차고 있다. 중부발전은 열린우리당 대구 수성갑 지구당위원장과 대통령직 인수위 정책자문위원을 지낸 강기룡씨가, 남동발전은 용산 지구당 선대위원장과 노무현 후보 정책특보를 지낸 여익구씨가, 서부발전은 대통령 경호실 기획관리실장과 감사관을 지낸 최갑진씨가, 그리고 수력원자력발전은 노무현 후보 중앙선대위 자원봉사특위위원장을 지낸 최용현씨가 각각 감사로 있다. 이들 중 강기룡씨와 여익구씨는 한 사장 취임 후인 지난 3월 31일 열린 발전 자회사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됐다. 최갑진씨와 최용현씨는 이보다 앞선 작년 12월 감사로 선임됐다. 지난 3월 주총에서 동서발전 감사에는 KBS 창원총국 문화사업부장을 거친 이차웅씨가 뽑혔는데 이를 두고도 “비전문가” “경남 배려 차원” 등의 구설이 있었다. 한 사장 선임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임명된 이들 정치권 출신 감사들로 인해 한전의 ‘낙하산 구태 벗기’ 노력은 퇴색하고 말았다.
과거에도 ‘낙하산 시비’ 끊이지 않아
또 한전이 2003년 지분 51%를 매각해 ‘민영화를 달성’한 한전산업개발은 현재 대표이사가 자유총연맹 권정달 총재로, 당시 한전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는 구설이 있었다.
한전에는 과거 ‘낙하산 인사’로 인한 잡음도 많았다. 2002년 당시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강동석(현 건교부 장관)씨가 한전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 노조는 사장 추천 절차를 정부의 ‘짜여진 각본’이라고 비판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노조는 강 사장이 한전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부임하는 것으로 알고 사전 기(氣) 싸움을 거세게 벌였다. 또 관료 출신인 최수병 전 사장(1999년 임명)과 장재식 전 의원의 형인 장영식 전 사장(1998년 임명) 역시 도마에 올랐었다. 1961년 한전 설립 이후 거쳐간 20여명의 사장 중 내부 승진 케이스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는 게 한전 내부의 말이다.
한전은 뿌리가 오래된 기업이다. 1915년 설립된 경성전기주식회사와 조선전업주식회사(1943년 설립), 남선전기주식회사(1946년 설립) 등 3개 회사가 1961년 한국전력주식회사로 통합된 것이 출발이었다. 이후 1982년 한국전력공사로 개편됐고 2001년 발전 부문이 6개 자회사로 분리돼 나갔다. 한국 남동ㆍ중부ㆍ서부ㆍ남부ㆍ동서ㆍ수력원자력 등 6개 발전 자회사는 한전이 모두 100% 지분을 갖고 있다.
발전 자회사 외에도 한전에는 발전설비 설계용역을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지분 97%)과 전력설비 정비ㆍ보수를 맡는 한전기공(지분 100%), 원전연료 설계ㆍ제조를 맡는 한전원자력연료(지분 96.4%), 정보통신서비스를 담당하는 한전 KDN(지분 100%) 등의 ‘그룹사’들이 있다. 이들 발전 자회사와 그룹사 등을 합할 경우 직원수는 2만2000여명으로 본사 직원수(1만9000여명)를 뛰어넘는다.
또 한전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전홍콩과 한전필리핀지주회사 등의 해외법인과 파워콤 등의 출자회사도 있다. 특히 한전은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에도 각각 945억원과 113억원을 출자해 24.4%와 26.1%의 지분을 갖고 있다. ‘공기업 중의 공기업’이라는 말을 들을 만하다.
현재 한전의 납입자본금은 3조2000억원으로 정부(27.0%)와 산업은행(26.9%)을 합한 지분이 50%가 넘는다. 1989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현재 외국인(30%)과 일반인(16%)의 지분도 상당하다.
지난 9월 현재 한전의 임직원 수는 1만9800여명. 기술직이 86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사무직(4600여명)과 기능직(4000여명), 그리고 연구직(416명) 등의 분포이다. 또 주요 시설을 경비하는 별정직 청원경찰도 2100여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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