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귀순’이란 최근에 북한군이 3중 철책선을 넘어 소초 내무반 문을 노크하고 귀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고, ‘호출귀순’이란 4년 전에 북한 병사가 철책을 넘은 뒤 자신의 위치를 알리려고 권총을 7발이나 쏜 뒤 GP(최전방 경계초소)를 노크했다는 증언이 보도된 것을 풍자함인데, 두 사건 모두 우리 군의 허위보고로 무마되었다가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다.

우스갯소리로 “군인 대신 세콤 직원들 배치하자”는 네티즌의 의견도 있다는 소리가 절묘하다.

헌데, 우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흔히들, 우리의 경계태세가 허물어진 것 이상으로 북한의 전투태세도 흐트러져 있다고 하는 것이다.

몇 년 전인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평양 순안공항에 무슨 일로 불시착하려던 항공기가 평양상공을 몇 바퀴나 돌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는 소리가 있지 않던가 말이다.

이런 예를 든다는 게 우린 군을 위로하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군 기강의 문제는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고쳐질 수 없는 일인가?

답은 간단하다. 거짓 비상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진 탓이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고쳐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 그런가?

사실 필자가 군 복무 할 때도 꼭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비상이 한두 번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처음 겪을 땐 괜히 무슨 비장한 각오 같은 게 들었지만, 결국 그때마다 별 일 없이 넘어갔다.

나중엔 비상이 걸리면 언제 쯤 해제될까 궁금했지, 절대로 언제 전쟁 터질까 궁금하지 않았다.

이는 퇴근 후 친구와의 만남을 약속해둔 비상을 거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전투대비보다는 비상해제를 언제 할 것인가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을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미 제국주의자’들이 공습할 거라며 온통 난리를 쳤다가, 얼마 못 가서 인민군들이 이를 용감무쌍하게 격퇴했다고 하는 소리를 60년 동안 떠들었으니, 그쪽도 뻔하다.

어차피 인민군들이 또 미제국주의자들을 물리쳤다는 소리가 나올 텐데 뭘 그리 전쟁을 걱정하냐고.

대북소식을 접하다보면, 걸핏하면 비상이요, 비상이 아닌 적이 얼마 되던가?

결국 ‘비상’은 평소의 일상이고, ‘평상’은 비상 걸 구실이 없는 잠깐일 뿐이다.

즉, 비상은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그냥 전쟁 없는 상태가 오래되면, 아무리 기강을 강조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임진왜란 발발 전에도 그랬다.

200년간 전쟁이 안 일어나니까 지방군이 훈련 대신 집에서 농삿일 보다가 중앙에서 높으신 나으리 행차가 지나갈 때만 대충 나와서 지저분한 차림으로 의전만 차리는 식으로 변질되었는데, 그래도 아무 일이 없었기에 충분히 통용되었다고 한다.

군기가 어쩌고 채근하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여겼던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정전(停電)이 거의 안 되다 보니 정전대비용 양초를 갖춘 집이 거의 없는 것처럼, 전쟁 대비한다고 방독면 사둔 집도 거의 없으며, 설령 방독면을 갖추어둔 집이라고 하더라도 방독면을 한번 열어보면, 대부분 고무가 썩든지 무용지물로 변했을 것이다.

도둑도 너무 안 들다 보면, 도둑조차도 다른 것으로 해석하여 방범망이 저절로 무너지는 것과 같다.

매일 근무일지에 ‘이상무’라고 3년만 써보라. 실제로 이상이 발생해도 ‘이상무’ 상황에 맞게 해석하려고 한다.

백악관에 폭발물 들고 출입해도 검색에 걸리지 않았던 일도 알고 보면 똑 같은 이치다.

30년 동안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 경계근무 서 봐라.

처음엔 혹시나 내가 근무할 때 무슨 일 터지는 것 아닐까 하여 조금 긴장된다.

그러나, 결국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알게 모르게 생기게 되고나선 전례를 답습하게 된다.

하긴, 필자도 초년병 때 간첩발견 소동으로 소대를 뒤집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결국 오인한 것으로 밝혀져 그 망신살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었으며, 그 후엔 전쟁에 입각해서 군대를 보는 시각이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군 기강 해이가 남북간의 공통문제이든 말든 알 바 아니다.

다만, 우리만의 문제점을 해결하자면, “진짜 긴장”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북괴의 도발에 대한 ‘상당한 보복공격’ 내지 지속적인 ‘해외 교전현장 참전’을 들 수 있겠다.

이왕 인명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군 기강해이에 따른 사고보다는 “긴장 공급”에 따른 피해가 훨씬 값지다는 것이다.

군 기강 정립 외에도 실전교범이 업데이트 되잖은가 말이다.

필자가 전에도 말했지만, 예의주시만 오래하면 눈이 아프고 졸린다는 것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