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오늘의부정부패 > “노무현의 언어는 대통령 언어 아니다”

해외 언론에서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고은 시인은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비난 발언에 대해 “우리는 지금 미증유(未曾有)의 대통령 언어를 경험하고 있다”며 “현 대통령의 언어는 신선할지 몰라도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광화문문화포럼(회장 남시욱) 주최로 열린 제73회 아침공론마당에서 ‘만남’을 주제로 강연한 고 시인은 남 회장으로부터 노 대통령의 언론 비판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해서 우리가 노무현 편이냐 반(反) 노무현 편이냐로 갈라진다”며 조크로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언어는 위선적이라 할지라도 품위나 품격이 필요한데, 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명분을 모두 벗어버리고 적나라한 언어를 표출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고 시인은 “앞으로 정치에서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필요한 자격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 시인은 “속에서야 어떻든 우리 언어는 겉으로는 늘 문자 언어, 문장이 된 언어를 쓴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언어는 비서가 써주지 않는 자기 문체를 지녔고, 그 이후로 자기 문체를 가졌던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밖에 없었다”고 역대 대통령의 언어 습관을 비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서울대 문리대를 나왔음에도 레토릭을 성립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 고 시인은 “장면 총리의 언어는 정치보다 종교를 앞세웠기 때문에 옛날에나 어울리는 것이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래도 고등사범학교를 나왔으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우리는 자기 입만 있고 남의 말을 듣는 귀의 소중함을 상실한 시기(대선 정국)에 있다”고 탄식한 고은 시인은 “이런 시기에 내 언어는 필요 없으니까 무명성(無名性)으로 처신하면서 집에서 시나 쓸까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이세중 변호사, 김종규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 김경희 지식산업사대표 등 각계 원로·중진 50여 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