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비행에 무용지물 전락한 무안국제공항

승객 태우면 비용 더들어 '유령 비행'… 개항 1년만에 개점휴업

해외 항공사도 잇단 철수… 노선 증설 등 대안도 현실화 어려워

"지금 착륙하고 있는 비행기에는 승객이 한 명도 타고 있지 않을 겁니다."

24일 낮 12시15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쿠쿵~ 끼이익~' 대한항공 제주-무안노선 여객기가 요란한 마찰음을 내며 활주로에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공항 관계자는 이렇게 푸념했다. 잠시 후, 그의 말대로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사람은 '거짓말 처럼' 기장과 승무원들 뿐이었고, 승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항공사 측이 1일부터 주2회(수ㆍ토요일) 운항하는 이 노선에 승객을 아예 태우지 않고 텅 빈 비행기를 띄우는 '유령 비행'에 나선 탓이다. 이 노선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탑승률이 10%를 밑도는데 승객을 태울 경우 오히려 승객 없이 비행하는 것보다 운항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 관계자는 "승무원 서비스 제공과 항공권 예약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텅 빈 비행기를 운항하는 편이 더 낫다"며 "무안과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가 같은 날 중국 푸동-무안노선에도 투입돼 어쩔 수 없이 승객을 태우지 않고 운항하지만, 10월 말에는 무안-제주노선을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을씨년스런 무안공항

서남권 중추공항을 꿈꾸며 총 3,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난해 11월8일 문을 연 무안국제공항이 개항 1년도 안돼 '빈 껍데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용객이 절대 부족한 데다 고유가라는 암초에 발목이 잡히면서 항공편 수마저 줄어 매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무안공항의 운항노선은 국제선 3편(주6회 운항)과 국내선 2편(주7회)이 전부다. 이 중 무안-제주노선은 사실상 운항이 중단돼 실제 운항 항공편은 4편에 불과하다. 국제선 정기선 13편을 운항하던 5월에 비하면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매일 비행기를 띄우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무안-김포노선도 탑승률이 20%선에 그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억5,100만원의 적자를 냈다"는게 아시아나항공측의 설명이다.









국내선에 비해 탑승률이 높은 국제노선도 적자 운항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 내내 노선을 유지했던 대만 부흥항공(무안-타이페이)은 4억5,300만원, 중국 동방항공(무안-상하이)은 1억5,600만원의 운항손실을 각각 냈다.

적자를 무릅쓰고 비행기를 띄웠던 부흥항공은 결국 버티다 못해 7월부터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앞서 올해 초 전세기 운항에 나섰던 에어마카오, 홍콩항공, 필리핀항공 등도 이용객 부족에다 고유가의 악재를 만나면서 비행을 접었다.

공항 측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적자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공항 측이 개항 이후 8월말까지 9개월간 항공기 이착륙료와 계류장 사용료 등으로 벌어들인 총 수입은 14억9,500만원. 하지만 같은 기간 시설투자비와 인건비, 전기료 등으로 모두 70억7,600만원을 지출해 누적적자만 벌써 55억8,100만원에 달한다.

■ 예고된 적자공항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부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세워진 서남권 허브공항이 무용지물로 전락하자 곳곳에서 지탄의 목소리가 높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농촌 지역 특성상 항공수요도 많지 않은데다 차로 25분 거리에 광주공항이 있는데 수지타산에 민감한 항공사들이 손해를 보며 무안공항에 노선을 개설하겠느냐"고 태생적 한계를 지적했다. 공항을 짓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국제선 환승노선이 없고 국내선 운항시간대(출발ㆍ도착 오후 1시25분)가 취약한 것도 이용객 감소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의 운항시간으로는 직장인들의 당일치기 서울 출장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 존폐 기로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도 당장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전남도가 최근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항공업계와 학계 등 관련 전문가들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 항공노선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공가능성은 희박하다.

민간 항공사들이 불을 보듯 뻔한 적자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의 활주로(2,800m)로는 B747급 이상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어려워 미주 노선 등 장거리 항공노선 유치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새만금 조기 개발사업에는 군산공항 확장(국제공항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전북도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무안공항의 앞날은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무안=글·사진 안경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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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이 전라도에서 대접을 받고 신격화된건 다 이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