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주인이 왜 없을까?

주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인류가 주인이다.

그러니 나의 소유지분이 65억분의 1밖에 안되므로 거의 제로인 셈이다.

이번에 박근혜가 대선 출마의 변을 토했다. 좋은 말들 수집해서 많이 했다.

이명박의 취임연설과 꽤나 비슷하다. 내용면에서 보다는 형식면에서 그렇다.

뭐냐 하면, 딴에는 생각할 만한 모든 것을 포괄했기에 딱 집어낼만한 주제가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소유한 것은 주인이 없는 것처럼 다양한 것을 총망라한 것은 핵심이 없는 것처럼, 깨놓고 말해서 좋은 소리만 골라서 백화점을 차렸기에 딱히 시선가는 주력상품이 없더란 거다.

할인마트에 갈 때 찌라시를 보고 기획상품 찾으러 가는 것을 상기하면 알 것인데, 살림 안 해 본 박근혜가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 했으리라고 본다.

따라서, 박근혜의 연설은 대충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나열하려 했기 때문에, 안 들어도 될 만큼 있으나마나한 소리란 거다.

지금 이명박이 보여주는 흐리멍텅 현상은 바로 백화점식 사고방식 탓일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가.

소통과 포용으로 놀다가 막판에야 겨우 증오와 대립의 필요성을 깨우친 것 같다.

우익이 이명박보다 소통과 포용을 모르는 바보라서 증오와 대립으로 밀고나간 게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형식면에서는 취임연설도 아닌 출마연설이 저 정도면 난 기대할 게 전혀 없다고 본다.

내용면에서 보면, 조갑제류의 분들이 박근혜 연설문의 조목조목을 들어 비판도 하였다.

그러나, 난 손석희가 아니라서 시선집중이 잘 안되어 귀찮아서 그렇게 못한다.

다만, 대충 보니까 경제민주화 같은 좌익들이 할 소리까지 백화점식으로 다 포함하고, 우익 입장에서 할 소리는 하나도 없는데, 좌익야당과 뭐가 다른지 구분 가는 게 안 보이더란 것이다.

즉, 좌익에서 내걸 것과 대립되어 다툴 게 있어야 하는데, 좌익들의 공약을 용어만 약간 다르게 하여 미리 당겨와 같이 담아 버렸으니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똑같은 빨간 공약을 두고, 과연 좌파지지자들이 좌파후보를 찍을까 박근혜를 찍어줄까?

우파의 시선으로 볼 때, 세금 한번 제 손으로 벌어서 낸 적 없으면서 경제민주화 같은 빨갱이 공약을 화두처럼 내세운 것은 눈에 가시처럼 띄던데, 우리가 고대하는 ‘사형집행실시’, ‘대북선제공격’, ‘남한핵무장’, ‘빨갱이 엄벌’ 같은 힘찬 공약은 전혀 눈에 띄지 않더라는 것이다.

설마, 흐리멍텅한 공약 속에 포괄했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이런 건 내용 속에 포괄되어야 할 구절이 아니고 제목이나 모토로 써야 할 구절임을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다.

표 줄 사람 기대는 접고, 표 안 줄 사람들의 기세만 살려주는 꼴로 보인다. <끝>

PS : 남북 신뢰는 있어도 북한인권은 없데!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