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사우나 탈의실 CCTV ‘지금도 돌아간다’
23일 서울 영등포의 한 사우나. 탈의실 한쪽에 설치된 폐쇄회로 TV(CCTV)가 남녀 이용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사우나 탈의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불법. 지난해 11월 개정된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은 올 4월1일부터 탈의실 CCTV 설치를 금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나 관계자는 “지난
해 CCTV로 2번이나 절도범을 잡았다”며 “절도범이 많은데 대책 없이 CCTV를 철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권침해를 막겠다며 이용객들이 알몸으로 이용하는 사우나 탈의실 등의 CCTV를 지난 3월말까지 철거토록 했지만 대부분 업소들이 한달이 다 되도록 지키지 않고 있다.한달이 다되도록 방치=
경향신문 취재결과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 영등포, 강남을 비롯해 도심내 대부분의 사우나들은 CCTV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사우나 관계자는 “물건이 없어지면 손님들은 CCTV부터 확인하자고 든다”며 “동대문구 일대 대부분 업소들이 CCTV를 없애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목욕탕과 찜질방의 탈의실과 발한실에는 CCTV를 설치할 수 없으며 이를 어길 경우 1차 개선명령, 2차 15일 영업정지, 3차 1개월 영업정지, 4차 업소 폐쇄 명령의 행정조치가 취해진다.네탓 공방”=그러나 해당 지자체의 단속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조치를 받은 업소는 거의 없다. 서울의 한 구청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목욕, 이발, 숙박 등 관할 업소가 2,000개나 되지만 과 인원이 최근 절반가량 줄어 단속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6월쯤 올들어 첫 현장답사를 나갈 예정이나 수질 등 위생검사가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관련법을 추진한 복지부 관계
자는 “단속은 해당 지자체의 몫”이라면서 “단속인원 부족 등의 문제도 해당 지자체에서 각자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경찰은 CCTV가 범인 검거에 효과적이어서 철거를 내심 달가워하지 않는 실정이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한달에 10건 정도 목욕업소 내 절도사건이 발생하는데 절반 이상을 CCTV를 판독해
검거하고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철거가) 아쉬운 면이 많다”고 털어놨다.
다산인권센터 박김형준 상임활동가는 “복지부가 철거하라는 공문만 발송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범죄예방책 마련에도 관심을 갖고 업주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 또한 CCTV를 증거로 사용하는 기존 수사방법
에서 탈피,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수사기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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