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도 회사는 철도근무자들의 석면분진 노출로 인한 치명적 질병 유발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들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공포등 정신적 스트레스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10일 미연방대법원이 6명의 웨스트 버지니아 소재 ‘노스포크와 웨스턴 철도회사’ 전근무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집단소송에서 회사측은 원고측에 500만달러의 배상액을 지불하라고 판결한 사실을 보도했다. 법원은 이들 근로자가 철도석면 분진 노출 후 폐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비암성 폐질환인 석면침착증을 얻게 된 사실과, 이 병이 실제 암으로 발전할 위험성에 대해 원고가 느끼는 정신적 피해 보상 요구를 인정했다.
법원은 이번 소송을 ‘다모클레스의 검(왕의 머리 위에 머리카락 하나로 칼을 매달아 둠으로써 지배자 신변의 위험을 가르친 고사)’에 비유, 언제 칼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칼이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을 원고는 안다고 판시했다. 즉 발암가능성은 병든 사람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현재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십만 건의 석면 집단피해보상청구 소송 중 하나이다. 석면노출은 폐세포를 망가뜨리며 극심한 통증과 함께 치명적인 악성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이미 석면 사용이 일절 금지됐다. 하지만 노출 후 암으로 발전하려면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간 일반인이 피해를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뒤늦게 피해 소송과 기업의 방만한 조치에 대한 집단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것. 하지만 원고들 가운데는 석면증을 앓는 환자가 아닌, 단순 석면 노출자들이 속출하고 있어서 진짜 피해자들이 손해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여타 석면 관련 업체들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번 판결은 석면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지하철 및 철도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는 제조물책임법(PL)에 따라 제조업체가 석면에 대한 피해 보상을 하게 돼 있다. 국내에서 석면은 단열재 등 일부 용도로는 사용이 금지됐지만 아직도 측정기준과 규제미비를 틈타 브레이크 라이닝, 개스킷등의 제동장치 부품등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윤성혜기자 s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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