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예고된 폭설 안일대응
[경향신문 2005-12-22 08:45]
“정말 이 나라에 구호체계가 있는 건가요.”
호남고속도로에서 갇혀 있다 11시간여 만에 백양사 나들목(IC)으로 겨우 빠져나온 김모씨(57·광주 남구 주월동)는 악몽같은 순간들을 털어놓으며 도로공사의 무성의한 구호체계에 치를 떨었다.
고속도로를 나와 국도를 통해 광주시내로 들어온 다른 운전자들도 차바퀴가 푹 빠질 만큼 폭설이 내린 도로를 제설차 1대로 눈을 치우는 도로공사의 안이한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하루내내 불통이 되다시피 한 안내전화에 화살을 돌리며 “호남고속도로는 무방비 도로”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전주 IC를 통해 고속도로 하행선에 접어들었다. 가는 눈이 내려 엉금엉금 도로를 2시간가량을 달리던 중 ‘눈폭풍’이 몰아쳤다. 앞차량이 보이지 않을 만큼 폭설이 내리면서 오후 1시쯤부터는 모든 차량들이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4~5시간 동안 엔진 가동을 하면서 유류마저 떨어질 참이었다. 이때부터 아예 엔진을 꺼놓다시피 하면서 추위와 싸워야 했다.
김씨는 “오후 6시가 돼서야 도로공사 직원들이 초코파이 하나를 건넨 것이 유일한 고객서비스였다”며 “제설작업에 7백여명이 동원됐다고 했지만 구호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시내 진입도로로 마중나온 가족들도 도로공사의 ‘원시적인 대응’에 분통을 터뜨렸다. 정읍에서 출발한 딸(31)을 10여시간 만에 만난 박모씨(54·북구 두암동)는 “폭설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며칠전부터 있었는데 장비나 인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렇게 무사안일하게 일하는 기관을 가만 놔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곽모씨(27·대학생)도 “안내전화가 불통이어서 도로공사 인터넷 게시판을 노크해봤지만 ‘1대 1 응답 형태’로 운영돼 전혀 고속도로 정보를 알 수 없었다”며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기 위해 ‘자유게시판’마저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광주|배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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