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시민의 발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서울의 버스는 청룡열차라
고 해도 무방치 않을 정도의 스릴감을 갖추었다.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영화에서나 볼 듯한 장면, 어느 영화에선가의 속도를 늦추
면 폭발물이 폭발하도록 설치된 버스가 떠오른다. 시민은 어느새
인질이 되어있다. 혹 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을 지나는 버스를
탄다면 맨 뒷자리가 추천이다. 엉덩이를 붕붕 띄어 줄 만큼의 스릴
을 느낄 수 있을테니말이다. 게다가 음악도 나온다. 우리는 버스
운전기사님의 취향에 따른 라디오나 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목적지
까지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이다. '빨리 내리게 해주세요.' 여기
서 "빨리"란 버스운전기사님의 "빨리"와는 다른 의미임이 분명하
다.
나는 지난 주말 관광차 온 일본인 친구가족을 만나 서울시의 청룡
버스를 탔다. 그들의 첫 청룡버스 탑승소감은 "무섭다." "재미있
다." 였다. 자신들의 버스승하차습관에 길들여진 그들은, 마지막탑
승자가 계단에 채 올라서기도 전에 문을 닫으며 출발하는 청룡버스
의 무자비함에 놀랐고, 청룡버스가 정차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
나 내릴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내릴 수 없다는 청룡버스탑승기본원칙
을 알지 못하여 고생했다. 하차 후 아주 흥미로운 표정의 질문 하
나는 청룡버스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대한 질문이였다. "그런
데 버스에서는 어떤 음악이 나오는거죠?" 나는 생각치 못한 그녀
의 질문에 왜 들어야만 했는지는 알지도 못한채 "버스운전기사님이
틀어 놓은 라디오였어요."라고 답했다. 주변에 방해가 될까 지하철
이나 버스 안에서는 전화통화도 하지 않는 일본 승객들에게는 도저
히도 이해 할 수 없는 한국의 청룡버스였을 테다. 덕분에 다음 행선
지를 향할 때에는 택시를 얻어탔지만 말이다.
번외판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자면, 어제의 이야기를 하고싶다.
한남동에서 종로까지 가는 버스를 탔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한가
한 버스에서, 버스운전사님은 급출발로 나를 스피드하게 자리에 앉
혀주기까지 하셨다. 앉아서 눈에 들어 온 글귀는 '질서를 지켜 차
례차례 탑시다'였던가? 가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버스가 연이어 도착하여 버스가 줄을 설 때가 있다. 이럴 때 우리
시민들은 자신이 탈 청룡버스를 0.5초 안에 포착하여 머리카락 휘
날리며 뛰어가야만 탈 수 있다. 나같은 바보처럼 버스정류장에 가
만히 서서 버스가 천천히 내게 와 줄 것을 기대한다면, 그 다음 버
스가 올 때를 기다려야한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어도 청룡버스는
내게 와 주지 않는다. 그래 이제는 종로에서 내려보자. 무슨 빌딩앞
이라는 버스정류장은 서울시가 도입한 도로 중앙의 정류장이다. 허
나 이번에도 버스는 줄을 섰고, 기다리다 지친 청룡버스의 버스운전
사님은 정류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뒷문을 열어 승객들을 토해낸
다. 자, 상상을 해보자. 토해내진 나는 계단을 내려와 보니 도로
중앙이다. 정류장의 보도블럭을 향해 걷는다. 보도 블럭으로 한 단
을 올라서는데 내 오른편에는 안전표지판 같은 것이 있다. 뭐, 정류
장에서 도로쪽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써 둔 글귀같다. 뭐라 써 있었
던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내 기억력을 탓하기 전, 다시 상상
을 바란다. 당시 나의 좌측 10cm 이내에는 또다른 청룡버스가 서 있
었다.
내가 승객인지 인질인지 분간할 수 없게하는 청룡버스를 또 탈 수
밖에 없음이 두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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