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18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북측과 대화하기 위해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북특사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자신에게 직, 간접적으로 의견을 구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DJ의 그림자이며 복심이다. 그것은 곧 DJ가 그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 조언을 구해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충격이다.
이명박이 DJ에게 대북특사와 관련 조언을 구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 내용을 DJ가 폭로하다니 충격을 넘어 분노로 다가온다.
외교.
단적으로 거짓말을 어떻게 그럴 듯 하게 해서 상대를 설득하느냐의 싸움이다. 도박에 비유한다면 포커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패를 갖고 있으면서도 양보하는 척 해줘야 하고 나쁜 패를 갖고 있더라도 당당하게 나가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외교이며 협상이다. 당연히 내가 가진 패를 보여주면 안된다.
그러나 대북특사와 관련 이명박이 DJ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폭로한 DJ. 우리의 패를 절반 이상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옆에서 코치를 해준다는 사람이 도움은 커녕 자신에게 훈수를 부탁한 사람의 패까지 상대에게 보여줘 버린 것이다.
더구나 지금 북한권부는 심각한 권력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아직 정확한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도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많다. 즉, 북한권부의 상징이던 노동당이 침몰한 가운데 선군정치로 위세등등하던 군부가 최근 막강해진 김정일 비서실과 충돌하면서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북한의 권력구조를 십분 활용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는 好機 중 好機다.
그런데 DJ가 이명박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해왔다는 사실을 까발림으로써 북한은 우리의 특사가 파견되기도 전에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돼버렸다.
우리의 대북특사가 가진 패가 절반 이상은 ‘햇볕정책 유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기에 대북특사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작아지는 것이며 승부는 거의 판가름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북특사가 좋은 패를 가진 척 허풍을 쳐도 북한은 절대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면 DJ는 우리나라의 외교전략을 적국에게 넘겨준 ‘이적행위’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DJ.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하고 내용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대북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대통령이다. 그런 전직 대통령에게 대북문제와 관련 조언을 구하는 건 굳이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DJ는 대북문제를 철저히 개인적 목적을 위해 악용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대북문제와 관련해 조언을 구했다는 것부터가 이명박 정권의 패착이다.
DJ.
그는 국가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돈으로 산 노벨평화상의 추락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햇볕정책을 유지하려고 발악할 것이다. 적국에게 도움을 줄 인터뷰 내용을 까발린 것만 보더라도 여전히 DJ는 나라보다 개인적 영달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DJ.
그 놈에게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없다.
아직도 자신은 정치력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노욕만 남아있을 뿐 국가나 국민의 안위 따위는 관심이 없다.
그게 DJ의 주둥아리며 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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