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완 국기원 이사(사진)가 국기원 운영 체계와 행정 집행 과정을 강도높게 비판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승완 국기원 이사

이승완 이사는 지난 14일 르네상스서울호텔에서 열린 국기원 2008년도 정기이사회에서 △국기원 상근 임원 위주로 구성된 운영이사회의 전권 행사 △이른바 ‘8대 비리 의혹’으로 중징계를 받은 이근창 당시 교학처장을 사무처장으로 발령한 사안 △일본태권도협회(JOC)와 심사협정서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행정 절차의 부적절성 등을 집중 거론했다.

이날 이 이사는 “운영이사회는 조영기, 안종웅 부원장을 제외하고 상근 임원들로 구성해 국기원 임직원 회의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앞으로 양진석 세계태권도연맹 총장과 이종승 대한태권도협회 상임부회장, 이승국 한국체대 총장 등의 이사들로 폭넓게 운영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운영이사회가 국기원 주요 현안 결정에 전권을 행사해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의 기능을 축소시켜 결과적으로 국기원 운영의 파행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유추해 해석하면 현안이 있을 때마다 이사회를 열어 현안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면 비상근 이사들로 폭넓게 운영이사회를 구성해 소수 몇 사람들에 의해 국기원의 현안과 정책이 일방적으로 좌지우지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지적에 엄운규 원장(의장)을 비롯한 운영이사회에 속한 이사들은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승완 이사는 지난해 7월 박기인 전 사무국장이 제기한 ‘8대 비리 의혹’ 파문으로 박 전 국장과 함께 2개월 중징계를 당한 이근창 전 교학처장을 2개월 만에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고 사무처장으로 발령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내 기억으로는 인사위원회 회의 때 두 사람이 합의(화해)하지 않으면 중징계를 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합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2개월 후에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없는 직제를 만들어 문제가 됐던 사람을 사무처장으로 발령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상근 이사와 이근우 이사는 “다시 문제를 일으킬 경우에 중징계를 한다고 결정했다”며 이 이사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두 사람이 또 싸우지 않았기 때문에 중징계를 줄 이유가 없었고, 두 사람의 징계는 2개월 대기발령(업무정지, 월급 30% 삭감)과 보직변경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엄 원장은 이근창 교학처장을 사무처장으로 발령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태권도한마당을 미국에서 개최하는 등 각종 사업이 많아)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실무자가 필요해 이근창 교학처장을 사무국장으로 보냈다. 그리고 운영이사회에서 사무국 체제를 사무처로 바꾸자고 결의해 기구를 개편하고 사무처장으로 발령을 냈다. 모두 1급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보직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처장이) 잘못을 했으면 징계위원회를 열어 처벌할 수 있어도 함부로 뽑아낼 수가 없다. 인사권은 원장의 고유권한이다.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승완 이사는 (엄 원장 말처럼) 이 처장을 자르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핵심 직책에 앉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처장이 똑똑하고 유능해서 (요직에) 꼭 필요하다면 억대 연봉을 받는 상근직 부원장들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날 이 이사가 지적한 문제들은 회의 진행의 혼란 때문에 안건 처리가 깔끔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이승완 이사는 자신이 제기한 문제들이 보다 합리적으로 공론화 되기를 바란다고 내비쳤다.

그러나 엄 원장을 비롯한 일부 이사들은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서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