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번 북한의 요청은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우리 측이 요청한 11월 중 서울과 평양에서 이산가족 교환상봉과 내년 설에 금강산에서 상봉행사 제의 및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책 모색촉구에 대한 요구성 답변이라 볼 수 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담당자들이 지난해 10월 24일 통일부를 방문, 대북지원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바 있다. WFP는 2009년 11월까지 5억 300만 달러(식량 63만t 상당) 규모의 대북 긴급지원을 한다는 목표로 각국에 동참을 호소했고 정부도 지난 8월 WFP로부터 최대 6000만달러 규모의 대북지원을 공식 요청받은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북한 식량사정이 시급하지 않다. 북한의 식량상황과 국민여론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WFP가 북한의 년간 식량부족량이 180만t 정도라 한 점을 감안한다면 북한에 식량비상이 발생할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정부는 2009년도 남북협력기금 7181억7천만 원을 대북 직접지원 예산으로 책정했다. 쌀 40만t, 비료 30만t을 각각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책임도 있다.

더군다나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아무리 인도적 차원이라 하지만 유엔 제재결의 1874호를 무시하고 대규모 지원을 한다면 모처럼 효과를 보는 국제공조에 금이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WFP가 요청한 최대 6000만달러 규모(쌀 7만3000t)의 대북지원을 하되 면 단위까지 우리의 모니터 요원이 동행하는 조건으로 투명성을 확보한 후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