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정부과천청사 건설교통부 10급 기능직 면접시험을
다녀와서 느낀점을 쓰고자 합니다.
현재의 경제불황, 취업난을 반영하듯이 1명 모집에 무려 400명이
넘는 인원이 접수했고 300명 이상이 면접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8월29일 실시한 면접시험에서 저는 엄청난 발상과 행동을 서슴치
않는 공무원들을 보고 기절할뻔 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공직문화도 바뀌었을것이란 기대를 약간은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고 괜한 기대였으며 면접시험
일정에 대한 공지사항을 보고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그 공지사항에는 서류접수한 400명이란 인원을 같은날 13시에
집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건교부 건물이 얼마나 크길래 400명이란 인원을 한날
한시에 집결시키는지 의문이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400명의 인원이 집결해야 할 장소는 단 40명 남짓이 앉을수
있는 의자가 있는 건교부건물 지하 회의실이었습니다.
대기실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복도에 서있거나 계단에 쪼그리고
않거나 1층 현관에 나가서 처량하게 담배를 피우거나....
한마디로 돛대기시장판이었습니다.
저는 400명중에 중간쯤에 접수를 했습니다만
배정받은 조의 끝번호이어서 장장 5시간 30분을 기다려 맨
마지막으로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기업체 면접을 여러번 보아왔지만 대기시간은
차치하더라도 금번 정부청사의 면접, 진정 희한하고 엉뚱한
면접방식이었습니다.
1개조 2명의 면접관, 총 16명의 면접관이 접수자들을 8개의
조로 나누어 상대하며 평가, 채점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면접방식이 과연 공정한 면접방법이라 할 수 있는지
정말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동일한 인물의 면접관으로부터 400명이 평가되어야지 조별로
나누어 각각 다른 면접관이 채점하는 방식, 이것이 과연
공정한 시험이라 할수 있을까요?
그 16명의 면접관들이 모두 동일한 공정성, 객관성을 지닌
인물이라고 믿을수가 있을까요?
5시간 30분을 기다리며 마신 커피만 해도 10잔이 넘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퇴출시킨 1회용 종이컵으로 말이죠.
12시 30분에 청사에 도착해서 면접을 보고 과천청사 대문을
나서니 18시 10분이었습니다.
단 1명을 모집하는 것이기에, 저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많기에,
동원할 빽도 없기에 합격되리라는 기대, 애초부터 크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기업체 면접이 같은날 14시에 예정되어 있었는데도 포기하고,
엄청난 모험이지만 보다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위해 응시한
공무원의 꿈....
저에겐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진 허망한 공직사회였습니다.
그 사건으로 저는 공무원이 되는 꿈을 접어야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공무원이 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공무원이 된다면 현재 공직사회의 타성에 제 자신이
물들것같아 두려움까지 생깁니다.
면접대기로 5시간 넘게 기다린 시간.. 너무도 후회스러웠고,
능력없는 제 자신이 창피했고, 차라리 기업체 면접으로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는 후회만 막심하였습니다.
몇몇 성실하고 청렴결백한 공무원이 있음에도 잘못된 일면으로
인하여 공직을 원망하는것이 오버액션일수도 있을것입니다.
5시간 30분을 기다리고 치른 면접...
정말 울화가 치밀고, 공무원들이 너무도 미웠습니다.
역시 모든것은 사전에 각본이 있었던듯 짜고치는 고스톱
같았습니다.
기능직은 현재 전국의 관공서에서 공개, 비공개 , 수시로
모집되고 있으며 속칭 빽에 의존되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필기시험 절차가 없기때문에 엄청난 빽싸움이 벌어지는 자리가
바로 기능직 10급이랍니다.
제 친구도 현재 공무원인데 제가 이번에 과천청사에서 당한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렇게 답변을 했습니다.
그 짜고치는 고스톱에 뭐하러 갔냐고 ...빙신..
하고 저를 마구 비웃었습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것이 진정 사실이어도
전 구태여 작금의 공직문화에 대하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공무원 선발방법에는 원초적인 문제점을 다량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03년 8월 29일 13시 과천청사에서 유일무이한
사태가 벌어진것으로 사료됩니다.
단순한 교과성적에 의해 선발하다보니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공직에 나가는것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사고방식,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공무원들이 지녔다면
그날의 면접시험은 보다 합리적으로 진행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별 창의력, 인성 등을 중점으로 인력을 선발해야 작금의
공무원 비리, 무사안일, 복지부동, 철밥통 이라는 표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것입니다.
현재 공무원 선발방식의 고정관념,
단점을 과감히 개선할것을 건의합니다.
첫째, 먼저 업무상 쓰이지도 않는 영어부터 아예 없애거나
선택과목 내지는 제2외국어 영역으로 대폭 확대, 수정되어야
합니다.
예를들자면 현재 철도청 기술직이나 소방운전직은 외국어
시험을 아예 실시하지 않습니다.
어떠한 시험이든지 꼭 영어시험을 치르는것, 그것 또한
고정관념에 불과한것입니다.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인재임에도 영문법 조금 모른다고
공직사회로의 진출이 차단되고 있으며 영문법은 좀 서툴지만
따스한 마음씨를 지니고 객관적, 합리적 사고방식을 지닌
자들이 공직진출에서 철저히 외면되고 있습니다.
회화 한마디도 못하는데 단순한 영문법, 단어 몇자 외운다고
업무에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요?
부득이 외국어시험을 실시하려면 영어만 고집하지 말고 불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서반아어, 독일어 등으로 확대
실시해서 보다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외국어 시험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장 합리적인 시험방식으로 현재의 필수과목 일변도에서
탈피하여 개인별 특성을 중시하고 다양한 업무에 진출할수
있도록 선택과목을 대폭 확대 실시할것을 건의합니다.
둘째, 인성면접의 비중을 현재의 5%에서 50%까지 대폭 확대할
것을 건의합니다.
물론 필기시험에 대조되는 면접중심의 선발방법에는 인사
청탁의 부조리를 사전에 차단할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교과성적에 의존하여 선발하다보니 나태, 보수적,
획일적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공직에 진출하여 민원만
야기할뿐 공직사회는 변화의 물결에서
낙오될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책을 너무 많이 봐서 변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검찰이 되겠습니다.
셋째, 국가공무원 응시자격제한에 나이제한이 있는바
이를 과감히 철폐하거나 연장할것을 건의합니다.
나이제한으로 인하여 우수한 인재의 공직진출이 차단되고
있으며 줄서기, 서열사회만 조장할뿐이지 공직의 발전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같은 공무원인데도 교사는 임용고시
나이 제한이 40~45세 입니다.
젊은 정부, 참여정부가 들어섰는데도 8월 29일의 건교부 사태.....정말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참여이고 무엇이 혁신이고 무엇이 변화되었는지
의문입니다
참여정부의 공직문화. 이제는 진정 바뀌어야 합니다.
따스한 가슴을 지닌사람들,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그런 공무원이 아쉽습니다.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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