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척주 동물인 문어는 팔이 8개다. 간혹 가다 9개짜리도 발견 되지만.

동해 주문진항서 많이 나는 문어는 그 맛이 유별나다. 살짝 대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한동안 향취가 입안에 가득하다.

상어 같은 포식자가 없는 동해안서 문어는 최상위 포식자다. 알다시피 문어의 무기는 그 많이 달려있는 팔이다. 촉수 8개 중에 2개는 다리란 사실이 최근 연구 결과 밝혀졌지만, 어쩌든 그 여러 개의 팔과 다리가 문어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먹이를 잡을 때도 긴 팔이, 적의 공격도 그 팔이 막아내고 여차해 도망칠 때도 재빠른 그 팔과 다리는 유용하다.

단단한 조개껍질을 부스고 잡아먹는 동해안 최강 포식자. 그 문어의 팔을 잘라 놓으면 어떻게 될까? 아무 힘도 못써 다른 바다 속 생물 먹이가 될 뿐 일 것이다. 그만치 문어에게 팔은 절대적으로 유용하다.

내가 젊은 시절 동해안서 아마추어 어부 노릇 할 때 문어 잡는 도구는 항아리 모양 같은 둥근 통이었다. 아무리 날쌘 문어도 그 통속에 들어가면 운신의 폭이 좁아 꼼짝 못한다. 그래서 통속에 들어간 문어는 잡히고 밥상 위의초장목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문어에게 포장만 그럴듯한 팔이 달렸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위기 때에 적절한 행동을 하는 8개의 팔이 제 구실을 못한다면 문어가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생존에 문제가 생길 뿐 아니겠는가?

민주당의 정부조직법 개편안 발목 잡기 무슨 큰 문제란 말인가.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첩첩이 쌓인 걸로 보이는데,

이맘때가 문어 제철이다. 아! 한달음에 동해안에 달려가 갓 잡은 문어를 삶아 초장 찍어 먹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