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성추행 사건에 대한 9일 법무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
표는 충격적이었다.
여성 재소자 김모(35)씨를 성추행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장애상태에 빠지게 만든
이모(56) 교도관은 2005년 7월~2006년 1월 사이에 김씨 외에도 무려 11명의 여성
재소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두 가석방 심사를 위해 밀실에서 분류심사를
받는 과정에 추행을 당했다.
피해자들은 자신과 가해자 외에 목격자가 없다는 사실, 가석방 심사과정에 불이익을
당할 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한 피해자는 “내가 사기범인데 누가
내 말을 믿어줄까 싶어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는 이씨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이야기한 피해자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의 자살 기도가 없었다면, 밀실 속에서 벌어진 11건의 추가 성추행 사실은
소리소문 없이 묻혔을 거란 얘기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서울구치소의 간부들이 “성추행을 당했다” 김씨의 호소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상관인 서울구치소 분류심사과장은 김씨에게
“이씨 정년이 1년밖에 안 남았다”며 진술서에 성추행 사실을 적지 말라고 회유했
다. 보안관리과장은 한술 더 떠 김씨 가족들에게 직원들을 보내 "합의가 안 되면
가석방이 늦어질 것”이라며 ‘거래’를 시도했다. 서울구치소는 성추행을 당한 후
정신적 불안증세와 불면증, 요실금을 호소하는 김씨를 독방에 방치했고 가족들의 입원치료
요구를 묵살했다. 겹겹이 높은 장벽에 둘러싸인 교도소 안에서 조직적인 기본권
침해가 이뤄진 것이다.
성추행 피해를 당한 김씨가 발목에 감고있던 붕대를 풀어 목을 매도록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한두 사람의 몫이 아닐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성추행을 한 이씨가 제공했겠지만,
더 큰 책임은 조직적으로 사실을 숨기려 했던 서울구치소 간부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 교도관과 재소자라는 이중의 인권침해 상황에서 어렵게 피해사실을
알린 김씨를 회유하고 몰아세워 침묵하게 만들었다.
법무부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도관 이씨를 검찰에 사의뢰하고
사건 은폐에 가담한 서울구치소 간부들을 징계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담실을
유리문으로 바꾸고, 여성교도관 130명을 증원해 여성재소자들을 전담토록 하고, 외부인사
들로 구성된 교정시설 성폭력감시단을 설치운영하겠다는 등의 ‘사후약방문’을 내놓았다.
법무부는 10일 서울구치소장을 성동구치소장으로, 서울구치소 보안관리과장을 대구구치소
총무과장으로 바꿔치기 인사를 했다.
소잃고 오양간 고치는 대책이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상처를 얼마나 치유 할 수 있고,
그들의 ‘영혼’을 과연 얼마나 위로할 수 있을까.
‘인권 검찰, 인권 법무부’를 표방해 왔던 천정배 법무장관은 즉각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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