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제 아들이 취직되도록 도와주세요.”

신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또 다른 사람이 신을 찾아갔습니다.

“제 아들 취직도 부탁합니다. ○○은행(모 국책은행)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러자 신이 벌컥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좋은 직장이라면 차라리 내가 들어가겠다.”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정부부처인 기획예산처 한 고위공무원이 최근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한 농담입니다. 신도 들어가고 싶어하는 국책은행이라니, 모두들 박장대소하며 “맞아, 맞아”를 연발했습니다.

그 은행은 지난 국정감사 때 일반 직원 10명 중 1명(9.8%)이 연봉 1억원 이상 받는다는 사실이 지적되며, 화제가 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최근 공공기관의 각종 방만한 경영이 불거지면서, 민간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느끼는 좌절감이 깊어지자 이런 농담이 도는 것 같습니다.

IMF외환위기 이후 일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마당인데, 혈세(공적자금)를 투입해 되살아난 공공기관들이 ‘돈 잔치’를 벌인다는 사실에 상처입지 않을 직장인은 없을 것입니다. 과거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병역의무를 면제받은 이들이 ‘신의 아들’이라 불린 적이 있습니다. 새해에는 ‘신이 가고 싶어하는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 ‘신의 아들’과 같은 말들이 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용근·경제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