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생활할 목적으로 건축 중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의 사저 주변 땅 총 14개 필지 3만989㎡(9374평)를 노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및 청와대가 대통령 취임 무렵부터 꾸준히 매입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 및 주변 인사가 형성한 ‘봉하타운’은 사저를 포함해 총 16개 필지 3만6459㎡(1만1028평)에 이르게 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크기, 즉 사저 및 그 맞은편 노건평(대통령의 형)씨의 집을 더한 면적(5470㎡·1654평)의 6.6배이다.

사저 주변을 포위하듯 커다랗게 둘러싼 이 땅은 노 대통령 취임 시기인 2003년 2월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구입됐다. 이 가운데 3개 필지는 대통령 경호실이 지난해 12월 27일 한꺼번에 매입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인 창원의 사업가 강모씨가 지난 2월 노 대통령 생가 463㎡(140평)를 구입할 때, 생가 앞의 밭 2개 필지 1051㎡(317평)도 동시에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가 이 생가와 2개 필지를 사면서 지불한 돈은 9억원으로 알려졌다. 봉하마을 부동산 호가 최고치의 4.5배에 이르는 고가이다.

노 대통령 사저는 진영읍 본산리 산 9-1번지에 있다.<그림①> 이 땅은 2006년 10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이 정모씨로부터 1억9455만원에 구입했다. 대통령에게 땅을 판 사람은 ‘노 대통령의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이사로 있는 건설업체 ‘정산개발’의 대표이사인 정씨다. 그는 태광실업 산하 화학업체인 ‘휴켐스’의 대표이사를 지낸 박 회장의 측근이다.

노 대통령 사저 뒤에는 1만3660㎡(4132평) 면적의 임야<그림②>가 있다. 이 땅의 소유자 역시 박연차 회장 측근인 정씨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인 2004년 12월 28일 김해 김씨 안경공파 후손회로부터 이 땅을 사들였다. 당초에는 길가의 알짜배기 땅도 포함돼 있었으나, 지번 분할을 거쳐 노 대통령에게 사저용으로 매각했다. 그리고 재산 가치가 떨어지는 뒤편 임야를 현재 자신의 명의로 갖고 있다.

사저 뒤의 또 다른 임야 8628㎡<그림③>도 정씨 소유로 돼 있다. 정씨는 이 땅을 2005년 2월 22일 산 뒤, 현재까지 갖고 있다. 정씨가 소유한 이 임야들은 노 대통령 사저를 ‘ㄱ자’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정씨 임야의 북쪽 끝에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원래는 봉하마을 논들에 물을 대기 위한 소류지인데, 마을에 농업용 수로가 생기면서 물길이 막혀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이 못 앞쪽으로는 높이를 맞춰 다듬은 널찍한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이 잔디밭의 지번은 본산리 22-1, 22-2, 22-3, 22-4, 25-1번지<그림④~⑧>이며, 소유자는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의 부인 민씨다. 민씨는 대통령 취임 닷새 전인 2003년 2월 20일 22-2, 22-3, 25-1번지 등 3개 필지를 구입했다. 이어 5개월 뒤인 2003년 7월 23일 나머지 22-1 및 22-4번지를 추가매입했다. 대통령 공식 취임 직전부터 생가 및 현재의 사저 부지에 인접한 땅을 사들이는 작업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노 대통령 사저는 이 잔디밭 옆에 있다. 그리고 사저 바로 앞에는 대통령 생가<그림⑨>가 있다. 생가 소유자는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인 사업가 강씨다. 그는 올 2월 23일, 생가와 생가 앞 밭인 30-2 및 31-1번지<그림⑩~⑪>를 구입해 매매예약 가등기를 해놓은 상태다. 김해 부동산업소는 “2007년 6월을 기준으로 봉하마을 대지의 매매가는 평당 최고 70만원, 밭은 평당 20만~30만원대”라고 했다. 하지만 생가 부지와 밭을 합쳐 강씨가 치른 3필지 가격은 9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생가와 인접 땅을 사들이기 위해 이 지역 최고 호가의 4배 이상을 지불한 셈이다. 한 주민은 “대통령 생가니까 그렇지”라며 “다른 곳은 그리 비싸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대통령의 학교 동창인가 하는 사람이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씨에게 생가와 밭 2개 필지를 판 하씨 부부는 “잘 판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생가 일대를 구입한 강씨는 노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창원에서 자동차부품회사와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이 자동차부품사가 공개한 회사 규모는 2005년 기준 연매출 1625억원에 당기순이익 21억원이다.

공사가 한창인 사저 인근에는 또 다른 공사가 진행 중이다. 본산리 32-10, 32-1, 30-5번지<그림⑫~⑭>의 3개 필지를 합친 땅 1157㎡(350평)로 소유자는 ‘대통령 경호실’로 돼있다. 경호실은 작년 12월 27일 이들 땅을 일괄 구입했다.

대통령 생가는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2006년 11월 21일 구입한 땅인 본산리 29-2번지<그림⑮>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바로 뒤에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가 있다. 노건평씨의 집<그림?>은 사저 맞은편 대각선 방향에 있다. 이렇게 노건평씨 집을 포함해 총 15개 필지의 부동산이 사저를 호위하는 형태로 포진하고 있다. ?

/ 글 = 이범진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 김승완 조선영상미디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