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오늘 오후 8시 KBS의 ‘일제하 민족언론을 해부한다’를 보니 기가 막힌다.
나는 80년대 소위 ‘노가다’로 겨우 일일생활을 하면서도 최루탄개스 먹으며 민중대모에 참가하였으며, KBS의 편파 일방보도에 분노하여 ‘KBS시청료 안주기 범국민운동’을 앞장서 작업자 앞에서 떠들던 사람이다.
KBS, 유신 때는 또 어떠했는가? 흑백 텔레비젼으로 보여주는 KBS는 언제나 정부선전 일색이었다. 나는 그때 고등학생이었다. 그때부터 내 기억에 KBS는 민감한 사춘기에서부터 청년기까지 내내 나를 괴롭힌, 아니 우리나라 대부분 청소년의 가치관을 더럽힌 관제 친권언론이었다. 소위 군부정권에 이렇게 찰싹 달라붙은 언론은 없었다.
얼마 전에는 KBS사장이 바뀌자 5.18등, 과거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며 잘해보겠다고 크게 떠들어 대더니, 결국 얼마가지 못했다. 세계에 유래가 없는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소송에 기다렸다는 듯이 북치고 앞장서 나온 것이다. 알아서 정권에 꼬리를 치는 모양이다. 왜 이럴까? 이 나라 공영방송은... 시간을 벌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나쁜 게 아닐까?
실향민인 내 아버님은 70년대 동아일보 백지광고에 기부금을 서슴치 않으셨다.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며 내 공납금이 며칠 늦어지더라도...
아버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에 조선, 동아가 없었다면 그 시기에(일제 때)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누가 전했을까...
나는 이리 생각한다. 오늘 밤, KBS가 암만 떠들며 조선, 동아 그들의 친일행각을 떠들더라도, 공과를 따져볼 때 공이 크다고 본다.
그 신문들이 정,폐간을 거듭하며 이 나라 식민지 땅에 소식지로서 임무에 충실하였기에 우리 아버님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았고, 설혹 정, 폐간을 피하기 위해 일부 아부성발언을 하였다 하더라도 행간에서 암묵적 사실관계를 간지하였다 생각한다. KBS는 말로 하는 방송이라 글의 오묘함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동아일보의 베를린 올림픽 ‘일장기말살사건’을 두고 민족지도자 ‘김성수’ ‘송진우’가 ‘성냥불 하나가 고루거각을 태워버렸다.’고 한 얘기를 - ‘아아, KBS는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하는 비감이 들었다. 설마 그분들이 성냥불의 가치를 폄하했겠는가!
당시는 지금처럼 많은 신문이 있어서 친,반정부 언론으로 나누어지지도 않았고, 그저 동아, 조선, 매일 정도가 아니었는가? 상대적 평가가 없는 시기의 언론을 보고 ‘네놈!’ 이라고 한다면 일제 때는 신문이 없었어야 마땅한 일이겠는가? 과연 언론이 없는 게 나았겠는가?
또 하나, KBS에서 조선, 동아의 사과를 바라는(?) 해괴한 논객들이 왜 ‘오마이뉴스’나 ‘한겨례신문’ 기자같은 사람들인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일제와는 달리 상대적 평가가 많은 언론의 시기인데도...
그들의 조상은 우리 아버님처럼 그토록 치욕스런 일제를 살아나오며 왜 조선, 동아의 뉴스를 보았을까? 그렇게 당당하다면 그때 일제를 살아나오지 말고 사육신처럼 항거하다 죽었어야 당연한데 왜 치욕스레 살아나와 치욕스런 뉴스를 전했다고 지금 KBS에 붙어 동성으로 떠들까?
일제, 깜깜한 세상에 비록 선명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등(燈)을 꺼트리지 않은 심부름꾼에게 등불이 밝지 않았다고 성토하는 숨어있던 자 (또한 없었던 자)의 모습은 정말 연민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KBS가 보여준 유신에서 5공까지의 언론굴절과 정부의 아부성 방송에 얼마나 많은 민중이 절망하여 시청료거부운동까지 하였는지를 스스로 반성해 보기 바란다.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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