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무리 고치라고 해도 고치기를 거부하고, 매사에 정부 잘못을 호도하며 옳다고 강변한다”며 “나라는 분명 잘못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4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로 열리는 ‘정책&지식 포럼’의 기조발제에서 이같은 내용의 현정부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래정부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할 예정이다.

13일 문화일보가 입수한 김 교수의 ‘새로운 정부-미래 정부론’ 발표문에 따르면, 현정부는 ▲정책·인사·시대흐름 인식의 실패 등 3대 실패를 저질렀으며, ▲정부기구 및 역할의 확대, 국가채무의 증대, 자문위의 무분별한 운용, 공격적 과잉 홍보, 과거지향적 독선의 리더십 등 5대 오류를 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 교수는 3대 실패지점과 관련,“정부가 부적절한 자원 배분 등 주요정책을 모두 다 잘못 결정했으며, 특히 부동산, 교육, 통일 등 정책은 실패를 거듭했다”면서 “더욱이 중요한 자리에 사람을 잘못 앉히고, 나라밖 세계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자꾸 정부의 크기만을 늘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에 관한 기본인식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현정부는 아직도 정부가 작아서 공무원 수나 예산을 늘리고, 나라 빚이 더 늘어나도 상관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럴수록 세계의 평가는 뒷걸음쳐 ‘포린 폴리시’ 세계화지수 62개국 중 29위, 국제경영개발원 국가경쟁력 61개국 중 38위에 그치고, 세계은행 평가 정부 효과성은 81.8에서 78.9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현정부의 홍보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양적 비대화를 넘어 역할까지 강화한 홍보정책은 정부를 언론사처럼 만들어버렸다”며 “정부의 생명이자 존재 이유는 국민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지, 언론사 같이 사회구성요소들을 질타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정부의 언론정책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김 교수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존중 받는 것은 학교사회에서 모범이 되는 가치를 갖기 때문이지, ‘나는 공부를 잘해’라고 으스대고 다니면 꼴불견이 된다”며 “일을 잘하는 정부는 가만히 있어도 국민이 인정하면 되지, 홍보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는 아무리 고치라고 해도 거부하고, 매사에 정부 잘못을 호도하며 옳다고 강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 정부의 최대 약점이자 모순은 ‘혁신정부’란 이미지만 강조하다가 혁신의 실재는 사라지고 무기력과 허무감만 남은 줄 모르고 있다는 점”이라며 “홍보가 실재와 이미지를 뒤바꿔 가경(假景)에 현혹되면 국민만 손해를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혁신을 위해 폐지해야 할 대표적 부처 중 하나로 국정홍보처를 꼽기도 했다. 김 교수는 1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홍보가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은 국정홍보처 사람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정부부처의 엠블럼만 봐도 실제 내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미지에만 열중해 국민을 환상에 빠뜨리고 있다”며 정부의 홍보정책을 거듭 비판했다.

한편 김 교수는 한국사회에 걸맞은 미래정부의 원칙으로 ▲미래설계를 멋대로 재단하지 말 것 ▲작고 효능있게 정부를 운영할 것 ▲공공자료를 유리하게 조작하지 말 것 ▲홍보 위주로 이미지 조작에 급급하지 말 것 ▲국제기준에 맞게 국가운영 틀을 바꿀 것 등 5가지 방향을 제안했다.

김성훈·음성원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