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2004년 8월 20~24일) 가족과 함께 사이판으로 뒤늦은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몇 년전부터 아이들에게 약속했던 여행이라 기쁜 마음으로 떠났죠. 우리 가족만의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사이판공항에서 귀국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도중에 사건은 터졌습니다.
새벽 2시반 탑승(OZ-255)이라 공항에는 12시반에 도착해서 절차를 밟고 2시부터 탑승구 앞에서 비행기를 기다렸죠. 근데 비행기를 탄 시각은 그로부터 9시간 후인 11시였습니다. 처음에 5시간은 태풍 때문에 비행기가 착륙을 못해 괌으로 갔다가 다시 오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얘기고 다음에 4시간 동안은 급유시설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그것도 나중에 정리된 내용이고 그 당시는 항공사측에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느라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9시간을 어떻게 기다린 줄 아십니까. 에어컨 털어놓은 시멘트 바닥에서 담요도 없이 덜덜 떨면서 자는 아이들을 위해 부모들은 입고 있던 옷을 벗어서 덮어주어야 했습니다. 담요 좀 달라고 하니 여분이 없다, 비행기가 와야 한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러는 동안에 아시아나 직원들은 탑승구 앞에 한 놈도 없고 가끔 현지직원만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일본항공(JAL)은 인근 호텔을 잡아놓고 승객들을 호텔로 보냈다는데 말입니다. 선전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승객을 왕으로 모신다는 서비스정신을 강조하면서 실제는 짐승보다도 못한 취급을 하고 있으니 말이 되는 얘깁니까. 저는 그 당시 제 아이들에게 그리고 함께 기다리고 있던 일본인 가족, 러시아인 가족들에게 아시아나항공이 대한민국 국적기인 것이 부끄러웠고 나아가서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귀국해서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항의를 했더니 ‘천재지변이라 어쩔 수 없다, 아무런 보상규정도 없다, 단지 미안할 따름이다’라는 연락만 하더군요.
너무 억울하네요...어떻게 하면 저와 제 가족들이 이런 무책임한 행동의 보상을 받을수 있겠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이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입니다. 이런 항공사가 앞으로도 수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 생각을 하니 소름이 끼칩니다. 항공사가 승객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올바른 서비스문화가 정착되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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