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오늘의부정부패 > 금연구역을 확대한지 한달이 지났으나.... 무용지물

지난 7월 1일부터 지하철역 지상승강장, 학교·병원 건물내에서는 완전 금연되고, PC방·만화방에서는 지정 구역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그러나 법 시행 한달이 지났으나,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오후5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석계역 지상승강장. 금연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승객 5~6명이 담배를 피우며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쓰레기통에는 ‘금연’이라는 표시가 분명 붙어있었지만, 담배꽁초가 바닥에 수없이 널려있다. 담배를 피우던 한 대학생은 “밖이라 담배를 피워도 괜찮을 줄 알았다”며 “금연구역에 대해선 잘 몰랐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지상승강장도 마찬가지였다. ‘금연’이라고 적은 종이 1~2장만이 지상 승강장 기둥에 붙어있을 뿐, 승객 2명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PC방과 만화방 등 청소년이 자주 들락거리는 업소도 별도의 흡연 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시는 PC방 업주들의 요청에 따라 시행후 2주간 단속을 유예했으나, 유예기간이 끝나고 약2주가 지난 29일 서울시내 PC방 3곳을 가본 결과 이중 2곳이 금연구역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 종로의 한 PC방만이 영업장 2개층 가운데 위층은 ‘금연 구역’, 아래층은 ‘흡연 구역’으로 별도 운영하고 있었다. 종로의 또다른 PC방의 경우 천장에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이라는 팻말을 별도로 써붙여 구분해 놓았지만 팻말 이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아 ‘흡연구역’의 담배 연기가 ‘금연 구역’으로 넘나들었다. 서울 왕십리 앞 한 PC방은 아예 흡연 구역과 금연 구역을 나누지 않은데다 대형 선풍기까지 설치돼있어 PC방 전체가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서울 종로의 한 PC방은 ‘흡연 구역’ ‘금연 구역’을 알리는 팻말을 붙여놓았지만 이를 구분하는 시설은 전혀 설치돼있지 않았다.

종로의 한 만화방은 아예 모든 탁자에 재떨이를 마련해두고 있었다. 이 만화방 주인 A씨는 “금연구역을 설치하라는 것은 정부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1시간에 1800원을 받는 만화방에서 칸막이까지 설치하면 남는 게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는 지난 1학기 총학생회 주도로 모든 건물내 복도와 화장실을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내 별도의 흡연구역을 설치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건물내 흡연이 전면 금지됐지만, 도서관 휴게실이나 강의실 실내 계단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쉽게 눈에 띄었다.

연면적 1000㎡이상의 학원도 별도의 흡연구역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종로의 대형 어학원인 C어학원에서 수강생들은 실내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기도 했다.

반면 병원·호텔은 비교적 금연구역이 잘 지켜지고 있는 편이었다. 서울대 병원과 건국대 민중 병원에서는 건물 전역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고, 서울 롯데호텔과 사보이호텔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의 경우 환자들이 있는 곳이라는 특수성에서 금연이 잘 지켜지고 있고, 호텔의 경우 이용객들을 상대로한 업체의 적극적인 홍보와 권유가 그 원인으로 지적됐다.

개정된 국민건강진흥법이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친 뒤 시행이 되었지만, 시행 한달을 맞는 상황은 3개월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비흡연자인 김지영씨(25·회사원)는 “담배를 피우는 권리가 있다면, 담배연기를 맡지 않을 권리도 있다”고 말했다.

(윤설영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
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