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지난해 1천400여명 학생 결식 '나몰라라'
기자들 식사비 촌지로 수천만원 지원, 사후대책 '쉬쉬'
교육저널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지난해 출입기자들에게 식사비와 촌지 등으로 수천만 원을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울산지역 1천400여명의 학생이 3개월 이상 장기 급식비체납으로 끼니를 걸러왔다는 통계조사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바꿔 말하면 끼니를 굶고 있을 학생들에게 전해져야 할 예산이 출입기자들의 식사접대와 촌지로 쓰여 졌다는 것인데, 무슨 비리가 그리 많기에 기자들을 뇌물로 감쌌나?
그렇다면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왜 도덕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예산을 집행했을까. 쉽게 예상되는 답은 바로 ‘비리은폐’와 올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사전선거운동’으로 좁힐 수 있다.
첫 번째 ‘비리은폐’ 의혹은 그동안 지적돼 왔던 울산광역시교육청의 교육행정 비리와 교육감의 비도덕적 행동을 무마시키기 위한 ‘언론관리’로 들 수 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지난 1-2대 교육감에 이어 지금의 제3대 최만규 교육감 체제에 이르기까지 갖은 교육행정의 비리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아왔다. 최근에는 교구납품 비리와 장애인 비하발언, 교육지원기관 부지선정 특혜 등 잇따른 의혹제기로 곤욕을 치르면서 결국 교육공무원 2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에 앞서 최 교육감은 이라크 무장 세력에 의해 피살된 故 김선일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민적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던 시각에 안병영 前부총리겸 교육부장관,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함께 한 저녁식사에서 외제양주로 향응을 즐기면서 한 끼 식사비로 무려 500만원에 이르는 접대를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사태가 이쯤 되자 각 언론에서는 울산광역시교육청의 비리문제를 연이어 보도했고, 심지어 모 인터넷신문에서는 교육청을 가리켜 ‘비리종합선물세트’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울산광역시교육청은 비리로 점철된 교육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교육행정의 개선이 아닌 차선책으로 ‘언론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지적되는 ‘교육감 사전선거운동’ 의혹은 사후대책이 흐지부지 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행정의 잘못된 부분이 지적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기 마련인데, 이번 사태의 경우 결과물은 있으되 책임자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기자들에 대한 식사접대와 촌지 등은 오랜 관행으로 지속돼 왔던 것인 만큼 사법적인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미래교육의 지표로 ‘인성교육’을 지향하는 교육청에서 이 같은 비도덕적 문제를 그냥 얼버무리려 한다는 것 또한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
그럼에도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이 문제를 ‘쉬쉬’하며 덮어두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결코 싶게 넘겨버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담당공무원의 실수 아닌 실수로 빚어졌으면, 명확한 사태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추궁하면 될 일이지만 윗선의 지시에 의한 계획된 실수(?)였다면 말이 또 달라진다. 왜냐하면 최 교육감의 임기가 오는 8월로 끝나기 때문이다.
최 교육감이 올 중순에 있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해 수천만 원의 예산을 출입기자들에게 떠 안겼다면 이는 ‘언론플레이’를 노린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1천400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급식비를 곧 있을 교육감 선거에 사전운동비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짙다. 이런 의혹을 밝혀서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4년의 임기를 비리로 휩싸인 최 교육감이 마지막 의무마저 외면하지 않는 진짜 비리인간이 자명하게 들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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