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아들의 MRI사진 소동에서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측의 입증을 인정하고 의원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한다.

사실, 필자는 MRI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고, MRI 사진 촬영 재현시 미리 입력된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시현하는 등 프로그램 조작 가능성도에 염려되는데다, 이상할 정도로 강용석 의원의 진도가 너무 빨라서 박원순 아들의 병역기피에 대한 비난을 꺼려왔다.

가령, 실컷 강용석의 지지세가 들끓게 만들고는 그 지지세력 속에 숨겨놓은 프락치가 슬쩍 흘려준 눈에 번쩍 띄는 소스를 맹신하게 만들어 몰입하게 한 다음, 한껏 기세 오른 강용석을 부추겨서 먹잇감을 물게 만들어 그들이 미리 손 써놓은 작전에 말려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지자를 가장한 프락치의 농간처럼 보이는 것은 박원순의 아들 주신의 체중이 63kg라고 믿었던 것과는 달리 80kg가 넘더라는 데서 충분히 추측 가능한 일이며, 강용석이 갑자기 의원직을 내걸었던 것도 오세훈이 시장직을 내걸었던 것과 패턴이 비슷한 데서 뭔가 전략부재를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강용석은 저들의 획책에 말린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곽노현, 안철수 에 대한 공격으로 실컷 질주하는데 도취된 강용석 의원에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뒤집음으로써 나머지 다른 유효한 공격행위도 전부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전법 말이다.

상옥추제(上屋抽梯)라고 하여, 사람을 지붕 위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격이다.

2월말까지 박원순을 주저앉히겠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로 스스로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질주하던 강용석 의원은 골로 빠져버린 것이다.

성질 급한 소양인이 느긋한 태음인에게 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한번 번복 당하여 기선을 빼앗겨버리면 동일한 수법으로 반복해도 똑같이 당하고도 이를 거부할 수가 없게 된다.

마치 심증은 불을 보듯 확실해도 물증은 당사자가 아니면 찾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운 선관위 디도스 공격 소동이나 전자개표조작처럼, 피고 측이 미리 손을 써놓은 입증방법을 얼떨결에 선택하면 우너고측은 뜬 눈으로 당하는 사태를 맞이하고도 고스란히 수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저들의 전술이다.

사기꾼을 경찰서에 끌고 갔다가 오히려 자신만 바보 되어 돌아오는 것과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실, 이번 박주신의 MRI 촬영재현 때는 MRI 기기의 설정시각, 파일의 생성 시각, 박주신의 촬영 시각을 미리 관찰하여 촬영파일의 진위를 확인했어야 했고, MRI 촬영 참관인단에 강용석 의원과 우익시민단체가 함께 했어야 했고, 63kg라는 박주신의 체중도 의심해 봤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절대 가정에 불과할 뿐, 미리 생각해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뒤통수 칠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 침묵하다가 준비가 완료되는 순간 갑자기 MRI 공개촬영을 제의하는 박원순의 꼼수를 의심하기엔 강용석 의원으로선 불가능했다고 본다.

지지자만 있고 책사는 없는 처지에서 오로지 혼자 판단해야 하는데서 생긴 오류를 알려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좌익들이 쾌재를 부르며 강용석을 깔아뭉개는 가운데 법적 대응을 하겠다던 박원순은 갑자기 모든 것을 용서한다는 식으로 논리다툼보다는 정서지배를 노리는 느끼한 고단수를 연출하였다.

그러나, 설령 강용석의 오판이었거나 박원순의 전법에 걸려들어 실패하였을지언정, 실패할 가치가 충분히 느낀 강용석의 정의감과 패기는 높이 살 만하다고 본다.

그래서일까, 전여옥 의원은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면 기어 다니고 몹시 고통 받는다고 했는데, 특이체질인 거다. 군대 가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MRI 때문에 군대 면제 받았는데 일상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니 군대에 가도 되는 것 아닌가. 최소한 공익이라도 근무했으면 한다.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매우 합리적인 의혹이다”라며, MRI 사진에 진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강용석 의원에게 진한 동지애를 표현하였다.

싸움닭끼리만 서로 통하는 무언가를 느끼는지 몰라도, 과연 사람을 바르게 알아보는 전여옥 의원답다.

명사나 율사보다는 투사와 책사가 요구되는 상황을 정확히 인식한 사례라고 본다.

이는 악을 대신 행하는 충성분자보다는 공만 대신 차지하려는 국물족으로 들끓는 이명박 정부나 격투기판에 흉터 없이 완벽하게 잘 생긴 사람을 출전시키려는 여당의 태도를 반성하게 하는 모습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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