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방 세무서 7급 직원이 부친상을 당해 조문하러 간 적이 있다. 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같이 간 일행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급기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화가 병원 밖에서부터 추모실까지 두 줄로 도열해 있었는데 세어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족히 100개가 훨씬 넘는 화환이었는데 알고 보니 화환 대부분이 중소기업체에서 보내온 것이었다. 양쪽으로 도열한 화환들 가운데는 기업체에서 온 조문객들이 두툼한 노란 행정서류 봉투를 지참한 채 줄지어 서서 자신의 조문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수없이 많이 다녀 보았지만 그렇게 많은 조화와 조문객, 부조금은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우리네 서민들의 장례식엔 고인 또는 상을 당한 가족과 친분이나 인연이 있는 문상객이 찾아오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7급 세무공무원의 부친상에는 이른바 ‘조문 로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 솔직히 씁쓸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TV와 영화에서나 보아온 그런 장례식장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저마다 “자식들은 앞으로 세무공무원 시켜야겠다”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장례식장을 나왔다.
박학식(자영업·부산 해운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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