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연금 없앤다더니 어디서 뭐 하시나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어눌하게 하고 행동은 민첩하게 하라 했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원들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회의원연금 폐지 논의가 그렇다. 지난 총선 때부터 논란을 빚은 국회의원연금 폐지안은 국회 정치쇄신특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높아졌던 의원연금 폐지 목소리는 국회 내에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잠잠해졌다. 지난해 6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은 의원연금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도 민주당과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포퓰리즘적 요소가 분명히 있었다. 여야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지만,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세부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에서 큰소리만 쳤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연금을 폐지하자는 데는 대부분 찬성한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의원기금을 마련하자는 얘기도 있는데 그것도 결국 국민 세금이라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의원연금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 관계자는 헌정회를 지적했다. 헌정회 회원들은 전직 국회의원들로, 의원직을 그만두고 직업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의원연금이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그래서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의원연금을 폐지해선 안 된다는 압력을 많이 넣는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는 의원연금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일반인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한해야 할 국회의원 특권' 중 국회의원 연금이 68.2%로 2위였다.

왜 의원연금 폐지 목소리가 높은 것일까. 전직 국회의원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회의원 연금법은 단 하루만 국회의원으로 활동해도 65세 이후 평생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원들의 본인 부담금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의원 재직 기간 중 본인 부담금이 전혀 없이도 65세가 되면 자동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원연금 이중 수혜

국회의원들이 받는 120만원의 연금은 일반인이 매달 30만원씩 30년을 납입해야만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국민연금까지 포함한 이중 수혜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회 사무처 소속으로 국민연금까지 가입돼 있어 국민연금과 의원연금을 이중으로 받을 수 있다. 김기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은 "의원들이 자기 연금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큰 문제다. 연금이 전액 국고에서 지원되는 것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재직 기간에 따른 연금 지급과 공동 부담의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미국은 연금에 대해 국가와 의원의 공동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재직 기간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으며 가입 기간이 길고 임금이 높을수록 연금도 많아진다.

일본은 재직 기간에 따라 연금을 차등 지급해왔으나 지난 2006년부터 퇴직연금을 폐지했다. 노르웨이의 경우 근로소득이 있는 의원에게는 국회의원 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스위스에는 의원연금이란 제도 자체가 없다. 김기린 정치팀장은 "외국과 우리 의원연금 제도는 차이가 크다. 국민적 비판이 강한 만큼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빈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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