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는 'S2-1급(일반 기업의 부·팀장급) 이상 직원 비중이 34.7%, 근속연수 20년 이상 직원 비율 30%, 직원 평균 연령 40세'라는 인력구성 내역을 덧붙였다. 오래 근무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평균 연봉이 높아졌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산업은행이 몸통에 비해 머리가 지나치게 큰 '가분수' 조직임을 인정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외환 위기 이후 시중 은행들은 상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하면서 임금을 올린 데 반해,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 없이 임금만 시중은행과 동반 상승시켰다"고 말했다.

산업은행뿐 아니다. 상당수 공기업들이 구조조정 무풍지대에 있으면서 직원 근속연수가 길어져 항아리형 인력구조로 변해갔다. 생산성은 떨어지면서 억대 연봉자들이 수두룩해진 '고액 연봉 기업'이 된 것이다. 지난해 기업은행 직원 평균 근속 연수는 18년 4개월이었고, 이 중 남자 직원은 19년 11개월이었다. 시중은행인 신한은행과 비교해 볼 때 각각 44개월, 55개월 긴 것이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서는 직업의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함께 높은 경우가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 공기업은 안정성도, 임금도 높다"고 말했다.

◆낙하산 인사가 낳은 부작용

연봉이 높은 금융공기업 기관장 10명 중 8명은 관료 출신이다.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원, 국토해양부(옛 건설교통부) 출신이 많다. 연봉 11~20위 공공기관에도 절반이 전직 관료들이다. 이들은 대개 사장추천위원회 같은 공모 절차를 밟지만 실제로는 이미 내정된 '낙하산'인 경우가 많다.

공공기관 감사(監事)도 기관장 못지 않게'낙하산'이 많고 연봉이 높기로 유명하다. 감사 연봉 상위 10걸 중 5명이 재정경제부, 국세청 등 관료 출신이다. 공기업 임원들의 연봉이 높아진 배경에 대해 한 경제부처 서기관은 "공무원 시절 충분치 않았던 수입을 공기업 임원이 되어 만회하려는 관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낙하산'이라는 약점 때문에 직원들 임금을 높여주면서 임원 연봉을 함께 올린 경우도 많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의 방관 탓"

공기업 임직원의 고액 연봉과 과다한 복지 등 방만경영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고쳐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방관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공공기관 연봉이 별다른 제지 없이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감독권을 행사하는 정부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공기업 등 정부 산하 기관들은 중앙부처들의 '뒷주머니'라는 말을 들어 왔다. 중앙부처들이 산하 기관들 예산에서 필요한 돈을 끌어다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관행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눈감아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공기업 등 산하 기관 임직원 자리는 정부 당국자들의 퇴직 후 일자리가 돼 왔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공기업 임원 연봉에 제대로 칼을 대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