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때부터 이상하게도 무슨 일만 나면 김기춘 비서실장과 연계시키려고 좌익야당이 혈안이다.

하긴 애시당초 좌익야당이 노린 건 김기춘과 남재준이었는데, 남재준은 무난히(?) 쳐냈는데 김기춘을 쳐내기가 영 잘 안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견제하도록 투입해둔 게 김장수인데, 이 인간이 세월호는 안보실장 책임이 아니라는 식으로 닭도 잡기 전에 오리발을 내미는 바람에 잘려나가고 나니까 그 후임으로 투입된 게 김관진인 것 같다.

헌데, 김기춘을 쳐내려고 해도 마땅히 대입시킬만한 변수는커녕 적용시킬만한 공식이 없으니, 이를 타개(?)할 방법으로 생각해낸 게 의혹으로 바람 잡아 여론을 흔드는 것이었다.

즉, 김기춘을 쳐내기 위하여 대입시킬만한 변수는 프락치였고, 적용시킬 공식은 문고리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문고리 권력이니 비선조직이니 실세권력이니 하는 식으로 어느 정권 불문하고 권력의 속성상 당연히 존재하는 것들을 가지고, 갑자기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것처럼 바람을 잡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하나 둘씩 근거 없는 것으로 밝혀지니까 소통이 어쩌고 하는 말이 나온다.

거기서 이번 문고리 소동의 본질이 노출된다.

표현을 왜곡하여 본질을 변화시키려는 전법 말이다.

알고보면, 참으로 웃기는 종자들이다.

비서, 참모, 자문 조직이 없는 통치자가 있는가? 그런 조직의 일을 세상에 공개하는 통치자가 있는가?

그걸 문고리, 실세, 비선이라고 이름 붙여서 당연히 발생하는 일을 가지고 무슨 비밀사태 같이 취급하면, 이는 야바위 아닌가 말이다.

이런 야바위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봐야 속내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엉뚱한 사례일지 모르나, 2013년 방미시 윤창중의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보다 박지원이 먼저 알았다.

이미 거기서 청와대의 실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

더욱 웃기는 것은 박지원이 CBS와의 인터뷰에서 “엠뷸런스에 실려가고...”식으로 발생하지도 않은 사실을 언급함으로써, 마치 사전에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고, 그 시나리오에 충실하다보니 발생하지도 않은 사실을 시나리오대로 발생한 것으로 착각한 말실수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물론 윤창중은 성추행 오명을 벗었으나, 그 시점은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이미 상처로 잘려나간 후였기에, 생각 있는 사람들은 윤창중이 의혹 만들기 공작에 말려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윤창중에게 시나리오의 일부를 이행한 행동대원이 잘려나가고, 그 후 총선을 앞두고 뜬금없이 이정현이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지역구에 출마하였다.

헌데 어째 박지원이 별로 주목받을 만한 뉴스꺼리가 없는 이 시점에 문고리 사태가 난 모양이다.

이상한 것은 이번 문고리 사태를 두고 좌익야당세력 쪽에서 자꾸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상하다. 소통? 국민들이 대통령과의 소통이 없어 불편했었나?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소통 부족’이라는 말뜻은 다른 데 있다고 본다.

바로 청와대 속사정이 좌익야당 쪽으로 잘 들리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즉, 야당성향 프락치의 배치 때문인지 대통령의 속내를 감시하는데 용이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니 당연히 좌익야당에서 공작을 위한 약점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고, 그래서 야당성향 프락치를 문고리에 갖다 붙이려고 트집 잡은 게 이번 문고리 소동으로 흔드는 것이었다고 본다.

노무현 집권 말기 때 제2정부전산정보센터를 광주에 만드는 등 인사정보를 야당이 손쉽게 접하도록 만들어도, 문서화되지 않은 흐름은 전적으로 휴민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바로 그 청와대 내 휴민트를 장악하기 위해선 내쳐야 할 자리가 바로 문고리ㆍ실세ㆍ비선이라고 이름 붙여진 비서ㆍ참모ㆍ자문 조직이라는 뜻이 된다.

비서ㆍ참모ㆍ자문조직을 문고리ㆍ실세ㆍ비선라인이라고 한다면, 부부간의 별스럽지 않은 애정표시를 가지고 애정행각이라고 악의적 용어로 각색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문고리 소동은 문고리에 야당 프락치를 앉히려고 바람 잡은 야바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난 TV에서 떠드는 시사논설가들의 약장수를 안 본다. 본질 놔두고 표현에 열광한 그들 아닌가.

표현을 통하여 본질을 바꾸려는 공작에 쓸모 있게 동원된 바보들로 보이기 때문이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