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수해피해를 놓고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북한의 수해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김정일의 책임 때문이다.
이번 피해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홍수피해는 어느 나라에나 다 있다. 그런데 북한은 수해 앞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아우성만 무성하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이번 수해로 610명이 사망, 실종되고 5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한다. 특히 평양이 물에 잠겨 수백만 채의 주택이 침수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라나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피해가 났을 것이다.
남한은 수해가 오더라도 방비대책을 잘 했기 때문에 수해로 인해 일부 도로와 농지가 유실되었을 뿐, 목숨을 잃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북한은 왜 수 천명이 죽고 백여만 가구가 물에 잠기는가? 탈북자로서 북한에서 장마 때마다 고스란히 감수하고 주어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했던 그 당시에 대해 느낀 바를 말하고자 한다.
현재 북한의 산들은 말로는 푸른 숲 우거진 조국산천이라고 하지만 완전히 황폐화된 민둥산뿐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별장들이 있는 평성 잠오성이며, 평북 묘향산과 같은 명승지만 제외하고는 울창한 푸른 숲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북한의 산들이 이렇게 황폐화된 원인은 70년대에 북한에서 ‘다락 밭 개간’과 또 ‘90년대 고난의 행군’이 낳은 결과이다.
먹을 것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땔 것이 없을 때 심정을 겪어본 사람은 다 안다. 굶주림과 마찬가지로 추위 앞에서만큼은 견디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그 추위를 막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북한주민들은 산에 올라가 닥치는 대로 땔감을 마련한다. 게다가 농번기가 되면 곡식을 심어먹을 땅이 없으니 산을 마구 갈아엎어 뙈기농사로 식량을 마련한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나무심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한국의 장래발전을 위한 투자를 계획적으로 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시기 김일성, 김정일은 무엇을 했는가?
전 북한주민들을 동원해 10만 정보의 새 땅 찾아내라고 지시했다. 그 새 땅을 찾아 주민들은 산의 나무를 베어내고 다락 밭을 만들고, 강하천의 둑을 정리하여 한 뙈기의 밭을 만들어 놓았다.
미래는 보지않고 현재 목구멍에 풀칠하는 짓만 한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일어나는 자연재해 앞에 꼼짝도 못하고 주민들은 고통을 당하고 있다.
오늘 수해의 책임은 김정일에게 있다.
사실 김정일이 인간의 탈을 썼다면 북한주민들이 해마다 겪는 수해고통에 대하여 책임을 느껴야 한다. 그 책임에 대한 표현은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단 한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번 홍수피해 속에서도 김정일은 기관, 기업소의 예술소조 공연관람이나 보러 다니는 사람이다. 김정일이 늘 외치듯 그 “인덕정치”가 인민들이 고통을 겪을 때 공연감상이나 하는 “반인륜적 독재정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몇 해 전, 남한의 이해찬 전 총리가 강원도에 물난리가 났을 때 그 어디에선가 “골프”를 쳐 범여권을 비롯한 남한주민들로부터 “총리자격이 없다.”는 규탄을 받는 것을 보았다. 또 청문회에서 비판을 받는 총리를 보며 남한 민주사회는 북한의 김정일 우상화독재사회와 비교할 수 없는 우월성이 있음을 알았다.
그러데 북한사회에서 인민의 위대한 지도자라는 김정일은 뭔가? 그 수해 속에서도 김정남을 평양에 불러들여 3대 세습을 위하여 악착스레 정권을 계승해 주려고 음모 행동이나 하고 있지 않은가?
또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공연이나 줄기고, 3대 세습을 위한 낡은 봉건사회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데도 위대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을 노예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 들도 없는 희대의 반인민적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남한이라면 벌써 탄핵당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북한에서 김정일을 몰아내고 민주화하는 것이 바로 북한주민들이 살길이라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를 더 굳건히 하고 북한사회로 확대발전시켜 조국통일을 이르는 것이 우리 탈북자들의 과업이고 의무라는 사명감을 느낀다.
지금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은 김정일 우상화독재사회의 잔악한 통치하에 많은 눈물을 흘리며 살았지만 우리 후대들에게는 그런 아픔의 눈물을 흘리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수해로 인한 오늘의 남북한 사회의 판이 한 두 현실을 그냥 지켜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우상화 독재사회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현실적 차이점을 실감한다.
탈북자 이경희 (2006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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