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개선 예산 3조원 쓰고 수질 더 악화
탄천 생태복원 했다는건 새빨간 거짓말
법 기준 없어 중금속ㆍ기름 함유 비점오염원 마구 방출
하천 오염관리 - 지자체끼리 서로 책임 전가
한강만 ‘오염 총량제’적용 안돼 오염 심각
중구난방식 하천관리제도로 인해 한강 수질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한강 지류 중 하나인 탄천이 허술한 현행법과 환경적 영향을 고려치 않은 시설물 설치 때문에 각종 오염원에 노출돼 수질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총연장 35.62km 유역면적 300.95km²인 탄천은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ㆍ강남구 등을 거쳐 한강에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지난 2002년 하천 중 유일하게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탄천은 해마다 각종 철새들이 날아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최근 한 환경단체는 수년간 조사 끝에 약 350종 이상 다양한 식생대의 식물 종을 탄천에서 발견해 생태적 중요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탄천 주변은 생태경관보전지역이라는 팻말이 무색할 정도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각종 생활하수 및 오수가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다. 지난해 12월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수질환경월보’의 한강수계수질검사에 따르면 탄천 구간(성남~용인시 총 3지점)은 BOD 4.8~21.8, COD 7.2~18.3, SS 7.864~12.058로 굴포천에 이어 두 번째로 수질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 최 하류 지점인 서울시 강남구 삼선교 부근은 대장균 군수가 무려 98만으로 측정돼 하천 생활기준치를 약 200배 초과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2002년부터 5년 간 실시한 수질통계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이후 탄천 전 지점 오염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서 수질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자체 경계구역은 관리 사각지대
현재 한강 본류는 국가에서 관리하고 각 지류는 해당 지자체가 관할하고 있다. 탄천 역시 각 시ㆍ도지사 및 관련지자체가 관할하는 지방하천에 해당한다.
각 지자체가 행정구역상 분할된 구역만 관리함에 따라 각 경계구역은 허술한 관리 사각지대가 형성되며 이는 곧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남시와 서울시 송파구 경계 부근인 복정2교 주변만 해도 불법 쓰레기 투기 및 소각은 물론 수질도 육안으로 심각한 수준임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지난 1999년 한국수자원공사 ‘하천 이용 및 운영 개선방안’에 따르면 행정구역별 분할 관리되는 현재 제도로는 수계의 전체적 관리가 힘들다고 지적하며 물 분쟁 원인 중 하나로 지방자치제 확산에 따른 지역이기주의를 꼽았다. 올 4월 7일 개정된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 국유제는 폐지되고 국가하천에만 ‘매수청구제’를 적용해 사유권 및 지방 자치권을 강화시켜 하천의 통합적 관리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비점오염원 하천 유입은 설계상 문제
지난 12일 강동ㆍ송파환경운동연합은 담배꽁초ㆍ매연 찌꺼기 등 교각에서 발생하는 도로오염원이 강우 혹은 도로 물청소시 우수관을 통해 여과 없이 탄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도로오염원의 중금속 포함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강남구청 환경과 관계자 역시 “비가 오면 하천에 물고기가 떼로 죽어 둥둥 떠오르는 광경을 종종 봤다”며 초기우수가 하천 오염의 주범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여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4년 ‘물환경학회지’에 실린 ‘강우시 발생하는 고속도로 유출수의 초기우수 특성 및 기준’에 따르면 도로오염원에 중금속 및 오일 등 함량이 높고 인근 수계로 유출돼 단기 혹은 장기간 체류하며 수질오염을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동부도로교통사업소 관계자는 “20~30년 전 교각 설계 당시만 해도 환경적 요소가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교각은 비점오염원을 둔치로 흘려보내 정화한 후 방출하도록 돼 있지만 유독 한강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비점오염원 유출로 인한 하천 오염에 관해 “관련 기준도 없을 뿐더러 처리시설의 효율성에 관해 검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경적 의식이 낮았던 것이 사실이므로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비점오염원저감시설을 생산하는 경성엔지니어링(주) 관계자는 “처리효율이 BOD 기준 평균 92.4%에 달해 비점오염원 배출기준만 설정되면 그에 맞출 수 있는 기술력도 충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업소의 폐수 방출, 법적문제 없다?
죽전교 부근을 자주 산책한다는 용인시 김○○씨는 “목욕탕이나 식당 등 주변 업소에서 방출하는 시커먼 물이 사시사철 대형 관을 통해 탄천으로 철철 흐른다”며 혀를 내둘렀다. 용인시 관계자는 “주변에 하수처리장이 없기 때문”이라며 “건축설계허가시 업소에서 자체정화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용인시 대형아파트 단지 및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오ㆍ폐수가 탄천 상류 주요 오염원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관해 “법적 하자가 없다”고 일축했다.
실제로 현행법상 오수처리시설 및 단독정화조의 수질은 6개월에 한번 자가 측정 혹은 측정대행 하도록 돼 있어 당국의 관리감독 손길이 뻗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시 하수처리장은 수년 전부터 건설이 추진됐으나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고 현재 하수관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한강 ‘수질오염총량관리제’적용 안돼
수질오염총량관리제는 지난 1998년 환경부가 물관리종합대책의 하나로 한강 수질 개선을 위해 도입했다.
하천에 목표수질을 설정해 각 하천의 오염배출 총량을 정하고 목표수질에 도달할 경우 범위 내에서 개발을 허용해주는 제도다. 이는 오염 배출자 및 지자체의 하천관리 책임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낙동강ㆍ영산강ㆍ섬진강 3대 강에서 시행중이며 이들 하천은 총 8개 생활환경 기준 항목 측정 및 관리가 의무적이다.
수도권 주요 식수원인 한강의 체계적 수질검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관해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의 부재를 지적했다. ‘수질오염총량관리제’가 개발을 담보로 하고 있어 한강 유역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다는 이유다. 현재 한강유역은 광주시와 지난 4월 10일 용인시만 협의가 이뤄져 의무제가 적용된 상태다.
◆지자체 하천 살리기의 허와 실
탄천 유역 지자체는 저마다 생태복원사업 등 하천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 탄천 주변은 자전거 도로 및 산책로 등을 조성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지만 표면적 환경개선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남시는 오는 6월 환경의 날을 맞아 생태복원이 완료된 탄천에 10여 종의 민물어를 방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사 예정인 어종은 참종개, 납지리, 각시붕어, 민물조개 등으로 각각 2~3급수에 서식하는 어종이다. 성남 지점 BOD는 10 이하로 타 구간에 비해 수질이 월등히 좋은 편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탄천은 BOD 10을 훨씬 초과하는 4~5급수에 해당해 동식물이 서식하기 힘든 환경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한 통합수질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실시될 이번 이벤트 역시 전시행정이 아니냐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법 및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매수청구제도= 개발제한구역 내 토지소유자가 당초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어 사실상 수익이 불가능한 경우 해당 토지에 대해 건설교통부장관에게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
<유슬기 기자>
http://hkbs.co.kr/newsread.asp?seq=080428001102
기사입력 :2008-04-28 오전 10:4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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