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PD수첩이라는 특정 방송사의 특정 프로그램에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근간임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원래 민주 사회에선 정부와 언론은 대부분 서로 매우 불편한 관계인게 통례다. 특히나 비판 언론의 존재가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나 다름없겠지만  그렇다고 어찌해 볼 수는 없다. 물리력으로 조질 수도 없고 민심이 정부를 따르지 않는다면 더더욱 언론을 우군으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현대 민주 국가에선 권력과 언론이 그 처럼 날 선 관계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인식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에 정부가 일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대해 소송을 걸 지 않으면 안되는 그 사정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이 격화됨에 따라 언론의 편파성 여부가 지금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가 무리한 결정일 수 있음에도 PD 수첩에 소송을 건 것만 보아도 작금의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짐작 할 수 있으리라 본다.

최근의 광우병 사태가 언론사들의 지나친 자의적 선동적 감정적인 보도 태도에 있었다고 보는 정부가 그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비장한 각오로 언론과의 일대 결전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될런 지 지대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언론, 권력과 또다른 권력(언론)간의 기싸움이 될 것인데 관건은 여론을 어느 쪽이 쥐느냐에 최종적인 우열이 드러날 것으로 보겠다. 정부도 이 일을 벌일 땐 언론의 일방적인 광우병 폭격(보도)에 무방비로 노출 된 여론을 돌려보겠다는 의도가 있음이다. 이대로 두다간 정권의 존재 의의 마저 부인될 지도 모르기에 서둘러 강한 카드를 빼들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건을 다룬 국내 언론, 특히 비판적인 방송사들의 경우, 젤 심하게 광우병 공포심을 부추키는 방송사라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MBC와 YTN 그리고 CBS 정도가 아닌가 한다. KBS의 경우는 의외로 시사투나잇 같은 몇몇 개별 프로그램을 빼곤 지금까지는 비교적 자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

MBC와 YTN 그리고 CBS에 비해서 KBS가 좀 더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보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MBC와 YTN 그리고 CBS는 정부와 노골적으로 적대하기로 작정한 듯 보일 정도로 정부에 비판적이다.

문제가 된 PD 수첩이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제 2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5월 13일이 방영일이다. 광우병 위험론자들은 이 날 제1탄에 이은 또다른 센세이션을 기대하면서 잔뜩 벼르고 있다. 그들은 PD 수첩으로 부터 또다시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받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최근 광우병 논란에 국한해서 볼 때 방송사가 편파적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는 한가지 기준이 있는데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한다.

"광우병이 무엇이냐,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반응이 어떠냐"라는 주제에 관심을 두고 파고들어가는 방송사는 거의 100% 선동+편파로 보면 틀림없다.

이유는 인간광우병의 경우 걸리면 100% 죽는 병이고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광우병이란 소재를 갖고 보도만 해도 시청자들은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젠 다들 알다시피 인간광우병은 그 확률이 영(제로)나 다름없는 희귀병 중의 희귀병이다.

확률이 영(제로)에 가깝다는 것은 우리가 몰라도 좋고 무시해도 좋다는 말이다.

이 번에 그들 문제의 방송사들은 첨부터 절대로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을 말하지 않았다. 확률이 논쟁의 핵심일 수 있음에도 그들은 의도적으로 확률 논쟁을 무시하고 그 대신 러시안 룰렛 같은 공포 분위기만을 열심히 조성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들의 교묘한 적대적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뒤늦게 정부와 여러 전문가들이 이 확률의 중요성을 알아차리고 로또 1등 맞은 사람이 다시 벼락 맞은 확률 만큼이나 걸리기 어려운 병이 인간광우병이라고 제기하고 나섰지만 민심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아무튼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따른 핵심은 "광우병"이 아니라 "미국산 수입 소고기를 먹었을 때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걸리느냐"이다.

"광우병이 무엇이냐,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 반응이 어떠냐"와 "미국산 수입 소고기를 먹었을 때 사람이 인간 광우병에 걸리느냐"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둘을 놓고 보도를 할 경우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광우병 자체와 그에 따른 국민반응에 집착하는 MBC와 YTN 그리고 CBS는 결과적으로 그들의 보도를 통해 미국소=광우병소라는 등식을 만들고 말았는데 이에비해

"미국산 소가 안전하냐, 먹을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집중하고 보도를 할 경우 미국산 소가

광우병에 잘 걸리지 않고 지금까지 광우병에 걸린 소가 거의 없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미국 스스로 광우병 예방 노력을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미국소=광우병소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광우병?"과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할까?"

얼핏 같은 얘기 같지만 어디에 촛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이처럼 그 뉘앙스는 천양지차이다. 지금의 광우병 공포는 지나치게 광우병 그 자체를 확대하고 과대 보도한 방송사들의 편파적인 노력 탓으로 불거진 것이다.

헌데 최근 방송사들의 보도를 보면서 한가지 궁금한 것은 기자나 PD들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편향적으로 몰고간다는 당연한 의심외에도 혹 저들이 미국소의 안전성에 대한 내용을 잘 인지하지 못한데서 오는 어이없는 오발탄이 아닐까하는 점이다.

광우병 논란이 가열되기 전 부터도 몇몇 방송사는 줄기차게 미국산 소고기=광우병 덩어리로 보이게 하는 식의 보도를 했고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에 대해선 거의 무시할 정도로 보도가 인색했다. 방송사들의 선동질 혹은 무지? 어쩜 그렇게 일방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뭉개고 위험성만을 강조할 수 있을까 해서 한 번 생각해 본 것이다.

만일 방송사들이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애초 부터 "광우병은 이제 사라지고 있는 병이고,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출 공산이 크고 10여년 전 부터는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있어서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될 확률은 더욱 떨어졌다.

더더욱 미국은 지금껏 자국에서 광우병 소가 단 3마리 발견되었는데 그나마도 외국에서 온 소가 두마리다. 또 소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에서 현재까지 인간광우병으로 죽은사람이 한 명도 없다"

이런 정도의 객관적인 팩트만이라도 그들의 광우병 공포물과 함께 보도를 해 주었더라면 양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방송사들은 이 번에 기계적인 중립성도 지키지 못했었다.

PD 수첩의 효과는 지대했다. TV방송은 보는 이들에게 즉각적, 감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영상 매체이기 때문에 그 파급력이 막강한데 미국에서의 비틀거리는 소 도축 장면 같은 것은 사실 방송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소가 광우병 소인지 아닌지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결정적으로 가치판단을 주게 될 그런 극단적인 영상은 자제하는 것이 양식있는 방송인의 태도이자 균형감을 생명으로 하는 시사 보도 제작자들의 자세일 것이다.

이번에 각 방송사들은 이 문제의 동영상을 수도 없이 털었었다. 지금은 왠지 좀 자제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뒤이다. 국민들의 뇌리에 그 비틀거리는 소의 영상이 이미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스와 시사물을 제작하는 PD와 기자 개개인도 작금의 정치적 상황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들 또한 개인적인 정치적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자기 나름의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은 분명하다.

허지만 그런 개인적인 권리란 것이  공공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사 보도물을 제작할 때 까지도 허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방송이, 뉴스가 어디 그들 PD와 기자들의 것이겠는가.

나는 지금 껏 수 많은 광우병 위험성을 강조한 관련 보도물들을 보았지만 객관적이라고

느낀 것은 거의 없었다. 아니 어떤 면에선 나라면 그들이 만든 것과 정 반대의 결론을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객관성 중립성은 차치하고 이건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였다.

PD나 기자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호오의 감정이 베어 있는 듯 느껴지게 하는 뉴스나 프로그램이라면 그건 이미 선전 선동물이거나 찌라시 수준의 세뇌용 홍보물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참고로 최근 여러 방송사들의 편파성 짙은 광우병 보도물들이 여과 없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방송사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해당 PD나 기자들의 성향상의 문제로 보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는데  또 한가지는 그들이 소속된 부서의 독특한 정치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가 있을 것이다.

MBC, KBS, YTN,  CBS등은 SBS와는 달리 사실상 주인이 없는 방송이다. 일각에선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가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게다가 지난 10년은 그들 노조의 전성기였다. 방송사의 주류가 현재의 한나라당 권력과 척을 질 수 밖에 없는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란 점을 어렵지 않게 추론할 수 있다.

때문에 보도물에 관한한 최고 경영진들의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문제는 방송사 내의 분위기와 PD와 기자 개개인의 성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방송사를 우군화 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뜻이다. 사장 한 사람만 갈아선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누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