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내가 투표 안하면 정권이 빨갱이에게 넘어간다" 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이들은 "이정희 그년 빨갱이년" 하며 이를 갈며 투표했다. 그 결과 50대의 투표율은 89.9%, 60대 이상은 무려 78.8%애 이르러, 20·40대 투표율보다 훨씬 높았다. 

◇'5060의 불안'이 투표율 높여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내가 안 찍으면 빨갱이에게 넘어간다" 는 각오로 투표소에 모여들어 시간대별 투표율이 오전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10시간 동안 20대, 30대, 40대의 투표율보다 높았다.

5060세대는 친노 세력인 문 후보를 무서워했다. 이들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 과정의 국정혼란을 기억하며 반 문후보를 배격하는 정서를 확산시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서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의혹이 터지고 녹취록 공개를 거부하는 것을 본 5060대는 극도로 불안감을 느껴 기호 1번에 몰표를 던지는 결과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5060세대는 북한 도발의 역사를 생생이 기억하고 있는 세대라 안보를 위협하는 문 후보를 배격했다" 는 것이다. 

◇이정희 후보의 '좌경 발언'에 분노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1차 TV 토론에서 '붉으스럼한 색갈' 을 드러내자 이 때부터 5060대가 박 후보 쪽으로 결집되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1차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가 박 당선인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본 어르신들 중에 '그거 보고 잠 못 잤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 구도도 5060세대의 표심을 자극했다. 서울대 모 교수는 "문 후보와 이정희 후보가 박정희를 공격하면서 박정희를 존경하는 5060대가 문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는 사태로 발전하였다" 고 말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는 "5060세대는 '박정희 향수'가 남아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했다.

◇근거 없는 국정원 공격이 역풍 불러

선거 막판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 여직원의 불법선거운동 논란은 5060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민주당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여직원을 감금하고 국정원·경찰 등 국가기관을 공격한 것이 굉장한 역풍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향후 선거에선 5060세대의 표심을 잡지 못하는 정당은 필패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지난달 미국 대선 후 '공화당이 늘어나는 유색인종을 잡지 못하면 이길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우리 진보 정당 역시 젊은 층에만 기대면 정권을 잡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민주당도 '연간의료비 상한제 100만원' 등 5060세대를 겨냥한 공약에 신경을 썼으나 5060세대는 세상을 오래 살아봤기 때문에 민주당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