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들어 대표적인 군 과학화 훈련사업으로 추진중인 총 3000억원 규모의 육군과학화 전투훈련장(KCTC) 사업중 핵심인 마일스(MILES·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사업이 군 당국의 관리부실로 표류하고 있다는 의혹이 30일 제기됐다.

육군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총 3000여억원을 투입하는 마일스 사업(장비비용 약 1000억원 규모)을 진행해 왔으나 장비 수준이 훈련 교범 및 교리에 못미치고, 장비 고장 등으로 소기의 훈련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이 사업의 주관부서인 육군 비무기체계사업단(단장 최명곤 준장)은 지난해까지 개발을 완료하기로 했던 사업비 530억원 규모의 2차 중대급 마일스 사업의 군 요구도(ROC)의 하향 조정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국회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육군본부 감찰실은 내부 감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국회 국방위 소속 공성진(한나라당) 의원과 군 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육군에 보급된 제1차 대대·소대급 마일스장비 주요제품 중 일부가 전혀 작동이 안 되는가 하면 야전교범 훈련교리에도 맞지 않고 고장이 잦는 바람에 훈련 성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방 17개사단 각 소대에 90개씩 보급된 150억원 상당의 소대급 마일스장비들은 초기부터 고장이 잦아 대부분 활용되지 못한 채 보관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공 의원측은 이와 관련, “육군 비무기체계 사업단은 2005년 11월15일 최초로 제기한 ‘중대급 교전훈련장비’ 개발 군 요구도의 기술수준을 하향 조정하고 일부 품목을 삭제하는 시도를 한 의혹이 있다”며 “ 특히 관련 법규를 어겨 개발완료시한(2006년 11월말)을 넘겨가면서까지 납품업체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육군의 감사결과가 주목된다.

공 의원 등에 따르면 ‘40mm 고속유탄 기관총(대대당 4대 보유, 유효사거리 1.2㎞) 마일스’는 레이저 빔이 실제 화기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곡사기능’이 전혀 안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K 201 유탄발사기 마일스’ 역시 곡사 기능이 없어 표적을 맞힌 레이저 빔이 실제 고폭탄이 터지듯 여러명을 살상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1명만 살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탄발사기 사거리는 최초 군 요구도가 400m였으나 업체 요구에 의해 5번이나 수정된 끝에 최종적으로 150m로 하향조정됐다. 개인화기인 K1·K2 소총과 K3기관총에 장착되는 ‘개인화기 마일스’도 레이저 빔이 명중될 경우 실제 화기처럼 1명이 살상되도록 시뮬레이션 처리돼야 하는데도 두 사람이 70cm 이하의 거리로 가까이 붙어있을 경우 레이저 1발에 2명이 동시에 살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전에서 위장이 생명인 크레모아(KM18A1) 마일스 장비는 위장하면 레이저 빔이 발사가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충신기자 [email protected]

◆마일스(MILES·Multiple Intergrated Lazer Engagement System·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 사업 = 과학화 전투훈련장(KCTC) 등을 구축, 과학화된 교전 훈련장비를 활용해 훈련부대가 전문 대항군(가상적)과 벌이는 쌍방 자유기동훈련이다. 전투 인원·장비의 교전상황과 피해 결과 등이 실시간 디지털 정보로 전송돼 처리되는 시뮬레이션 훈련체계를 말한다. 한마디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전쟁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훈련시스템이다.

적 복장을 한 전문 대항군과 훈련부대의 ‘전투 상황’ 자료가 실시간으로 훈련통제본부 컴퓨터에 입력돼 훈련부대의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다. 대대급 병력과 함께 개인화기는 물론 전차, 곡사·직사 화기 등 대대급에서 보유한 화기가 총동원돼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모의전투를 벌인다. 대항군과 훈련군 양측의 병력과 장비에는 레이저 감지기가 부착돼 모의전투에 따른 피해상황이 중계탑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통제본부에 전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