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오늘의부정부패 > 뉴욕현지 미국 대학생들의 테러사건에 대한 의견

분노는 당연…비이성적 폭력은 반대
“거울 앞에 서서 우리 자신에게 묻자”

뉴욕/최원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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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인들의 건강한 사고를 정부가 못따라 가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테러 발생 6일째인 9월 16일 (일) 현재, 미국은 대 아프카니스탄 전쟁의 모든 준비를 끝낸채 대통령의 공격명령만을 남겨둔 상태다.

주요 언론은 보복전쟁을 찬성하는 미국인이 전체의 80%가 넘는 것으로 보도하며 전쟁 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테러참사의 현장인 뉴욕시의 맨하탄에 위치한 컬럼비아대와 뉴욕대. 전 미국의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들이다. 테러 이후 많은 강의가 취소되는 등 어수선한 이들 학교 교정을 찾았다.

테러범죄자 처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단호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그 대안을 보는 시각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학생은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잘못했는가. 미국이 번영에 대한 아랍인들의 질투와 시기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수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 정치학과 3학년 벤자민 피시맨군의 의견은 보다 분석적이다. "냉전 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이 된 우리는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의 방위력을 과대평가했고 반미세력의 공격력을 과소평가한 결과"로 본다.

학풍이 비교적으로 보수적인 컬럼비아대학이지만 진정한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근본적인 치유책을 모색해야 한다는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이 대학 일간신문인 컬럼비아 스펙테이터(Columbia Spectator)는 9월 14일자 논설위원회 명의의 사설에서 하루전 벌어진 교내 아랍학생들에 대한 백인학 생들의 공격을 비난하며 이성적인 대응을 호소했다.

사설은 "참사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분노를 무고한 사람에게 폭력으로 표출하는 것는 분쟁을 연장하는 것 외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컬럼비아대의 학풍과 뉴욕시의 기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데 있으며 상호존중이야말로 공동체에게 진정한 파워를 부여함을 환기시켰다. 사설은 이어 "아랍인과 아랍계 미국인들에 대한 편견과 단죄는 우리 공동체의 분열을 가져 올 것이며 이것이 바로 테러리스트들의 궁극적 목표"라고 쓰고 있다.

컬럼비아대에 비해 훨씬 리버럴한 학풍을 가지고 있는 뉴욕대의 학생들은 한층 강한어조로 전쟁반대의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 대학 일간 신문인 워싱턴 스퀘어 뉴스 (Washington Square News)의 나노 앤드레이드양은 "거울 앞에 서서 우리 자신에게 묻자 (Take a look at into the mirror, America, and ask why)"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진단했다.

"이번 테러주범들을 정신병자로 몰고 그들을 처형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우리 정부와 언론이 택할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그럴 경우 전쟁에 떠밀려 우리 국민들은 이번 일이 왜 일어 났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볼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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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레이드 기자가 다른 교내 학생정치 동아리들의 여론을 모아 정리한 이번 사태의 원인은 한국과 제3세계 학생운동진영이 내리고 있을 진단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아 신선한 충격이다.

"제국주의로서 미국이 해외에서 대량학살과 파괴를 저질러 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안되는 사실이다 (It is without question that U.S imperialism has brought genocidal levels of death and destruction to people arind the world...)".

앤드레이 기자는 "계속되는 이라크에 대한 봉쇄,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 쿠바에 대한 경제봉쇄등 미국의 제국주의는 지금도 진행중"이라고 본다. "우리 미국민들이 그동안 우리 정부가 해외에서 해왔던 일들을 외국인들의 시각으로 볼 줄 안다면 쌍둥이 빌딩이 공격 받은 사실이 놀랄만한 사실이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한다.테러 현장의 한 복판에 위치한 대학의 사정을 감안할때 꽤나 "위험한 말"이 아닐수 없다.

컬럼비아대 피셔맨군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미국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해 극악무도한 비겁자들을 전쟁으로 응징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나아가 그는 미국정
부에 국가방위체제의 수정을 주문했다. 미사일방어계획 (NMD)을 철회하고 그 예산으로 대테러 전담 방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인력과 기술력을 대폭 보강하라는 요구다. 걸프전과 같은 통상적 개념의 전쟁에 대한 대비는 그대로 유지하되, NMD 같은 공상과학적 방어 개념이 당장 눈앞에서 테러로 인해 수천명이 죽어가는 마당에 무슨 쓸모가 있냐는 주장이다.

뉴욕대 앤드레이드 기자는 이번 사태가 물리적 전쟁뿐 아니라 사상문화적 전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백악관과 언론이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는 국내외의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의사표시까지도 싹쓸이 하는 호기로 활용할 것 같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반세계자본주의운동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이데올로기 공세로 이어질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를 반미제국주의의 목소리를 싹쓸이하는 호기로 이용할수 있도록 백지수표를 써 주는 우를 우리 국민이 범해서는 안된다." 그가 내새우는 해결책은 피셔맨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교토의정서 서명거부와 더반 인종회의에서의 퇴장등 최근 우리 정부가 보여준 행동은 국제사회에 선의를 가진 책임있는 일원이 되기를 포기하는 국제적 광고였다.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고, 그리고 여전히 외국인들의 희생으로
미국인의 생명과 부를 지켜려 한다면 이번 테러의 비극은 언제고 재발할 것이다." (As long as the United States continues to act as an autonomous entity to ensure the quality of life of Americans at the expense of those in other countries, one cannot be surprised when terrorist attacks such as the ones of Sept. 11 occur.)

2001-09-17 10: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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