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간첩 체포와 보안업무'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추진 이래 계속돼 왔지만 김승규 전임 원장 시절 잠시 정상화되는 듯하다가 김만복 원장 때 다시 '햇볕 국정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②아프가니스탄 사태 때 과다 '노출'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 때 김 원장은 과다한 '노출'로 "보안이 생명인 정보기관 수장의 신분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들었다. 당시는 우리 정부가 직접 테러집단을 상대로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때문에 김 원장은 더욱 철저히 몸을 숨겼어야 했지만 오히려 인질들과 현지 호텔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이를 방송과 특정 신문에 특종으로 넘겨주면서 적극적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또 피랍자들과 귀국 비행기에 동승했고, 기내에서는 '선글라스맨'으로 이름붙여진 국정원 협상 직원을 대동한 채 국내 취재진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여기에다 국정원은 "김 원장의 34년 경륜과 현장 감각이 빛을 발했다"는 자화자찬성 보도자료와 함께 김 원장의 현지 활동 사진을 담은 CD를 기자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했다. 당시 취재를 하던 외신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에게 "저 사람이 정말 스파이 마스터(spy master·첩보기관장)가 맞느냐"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김 원장의 언론 노출로 우리 정부가 테러단체와 '직접 협상'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고, 무엇보다 이후 세계 언론에 '인질 몸값 제공설'이 대서특필되는 계기가 됐다.

③'총선 출마'하려다 선거법위반 경고도

김 원장은 고향인 부산 기장군에서 지역 행사와 경조사를 챙기고 지역 주민들을 국정원에 견학시켜 접대하는 등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동으로 '사전 선거운동 의혹'을 받았다. 그는 취임 이후 기장 지역 각종 단체와 모교 동창회 행사에 화환을 보냈고, 고향 사람들을 서울로 불러와 구경시켜 주면서 선물을 안겨 돌려보냈다. 특히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중학교 동창회 홈페이지에 자기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기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관 수장이 위치 추적을 통해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코미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