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대통령만들기 사재 투자 고춘남씨, 金의 사죄와 노벨상반환 요구하며 일인시위

金위해 일하다 고문당하기도…

김홍일 의원에 도움 청하자 폭행당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재야시절 그를 돕던 고춘남씨(60)가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김대중의 사죄와 노벨상 반환을 요구하며 일인시위를 벌였다.



고춘남씨는 "일인시위가 기폭제가 돼서 진정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동참할지도
모른다"며 희망을 나타냈다.



80년 3월, 계엄사령부에서 증거물로 압류한 녹음테이프 앞면사진. 고춘남씨는 사재를 털어 김 전 대통령의 연설을 테이프에 녹음해 전국에 배포했다.


열린우리당 국정자문위원을 맡고 있고 한때 열린우리당 인권위원회 고문을 지내기도 한 고춘남씨는 원래 원음예술사와 민성사라는 두 회사를 경영하던 사업가였다. 그는 1970년대와 80년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세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사재를 털어 김대중 연설 테이프를 93,210개 만들어 한국정치문화연구소, 한국헌정연구소 등 전국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전두환 정권에 두 차례 구속되어 고문을 당하며 옥고를 치뤘고 그의 음반사업은 도산해 “거지가 되었다”고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 후 대통령이, 그의 아들 김홍일은 국회의원이 되었다. 고춘남씨가 여러모로 돕던 참모들도 모두 “잘 나가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고씨는 “김대중 측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전화도 받지 않고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진짜 그럴 수가 있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양심을 져 버린 것 아닙니까” 고춘남씨는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자주 한숨을 내쉬었다.




98년, 문희상, 한화갑 등이 서명한 의견서. 고춘남씨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일하고 그로 인해 받은 피해를 확인하는 내용이다.


그는 고문에 의한 후유증으로 지체장애가 되었다며 목을 보여주었다. “다리뼈를 잘라서 목에 넣고 나사로 고정시키는 수술을 했습니다. 병명은 ‘후종인대골화증’이라더군요.” 그는 당시 고문으로 척추 디스크도 얻었다. 고춘남씨의 아내 역시 당시 정보요인들이 공장을 찾아와 집기를 부수고 폭력을 휘둘러 허리신경손상을 입고 지금도 걸어 다니지 못한다고 한다.

고씨는 그 후로도 5.18 광주 사건으로 김대중이 구속당했을 때 김대중 가족과 김홍일을 도와주고 1982년 김대중 미국 망명 시 한국에 남은 김홍일이 생계를 위해 갈비집을 마련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 하여 당시 김대중 측근 박종률 의원을 통해 3,000만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행적에 대해 1998년 3월 당시 김상현, 김옥두, 김진배, 박정훈, 이협, 박실, 한화갑, 문희상 국회의원들이 확인서에 서명했고, 2000년에는 문희상 의원이 고춘남씨가 활동 중에 부상을 당하고 함께 수감당하기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작성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고춘남씨는 “2002년, 김홍일 의원을 찾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했으나 오히려 김 의원에게 ‘모르는 사람’이라면서 구타당했을 뿐”이라며 “덕분에 목에 있던 나사가 반쯤 빠져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그럴 사정이 못 된다”고 밝혔다.

고씨는 김 의원에게 폭행당한 사실 등을 작년 1월과 2월, 각 신문사 자유게시판과 청와대 등에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목포의 형사들이 천안까지 와서 잡아가더군요” 그는 1년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양심도 져버린 사람…대통령 돼서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국가 혼란만 불러왔지…”라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해 고춘남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참 자랑스러운 일이겠지만…이건 말하기 곤란한데…인권에 있어서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기는 거죠”라고 말했다.

고춘남씨는 현재 치매로 고생하는 93세 장모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내와 함께 월세집 한 칸 방에서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돈이 마구 굴러 들어와 주체를 못할” 정도로 성공한 사업가였던 그는 전 재산이었던 20여억 원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해 바치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채 김 전 대통령 집 앞에서 홀로 시위를 해나가고 있다.

[김슬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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