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그네 할머니께서 “7.4와 6.15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는데, 정말 차이가 없는 거냐고.

사실 필자도 문구상의 근본적인 차이를 꼬집으라면 7.4와 6.15라는 숫자 차이 외엔 별스런 것을 발견하지 못한다.

내용을 읽어본 기억도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읽어본들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찾아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각종 법률이나 계약에 있어서도 실컷 악용되고 난 이후에 검토해보니 그때서야 행간의 숨은 의미가 나타나는 것도 있듯이, 머리 속으로 딴 의도를 가지고 그 의도가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도록 평이하게 기술한 문장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그 의도를 간파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7.4와 6.15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전문에 일절 기술되어 있지 아니한 “전략적 의도”에 있다고 본다.

7.4는 그 당시 북한에 잔존해 있는 일제의 적산보다 생산력이 빈약한 우리의 실정으로는 도저히 주도적으로 통일할 능력이 안 됨을 깨달아, 우리 주도의 통일에 필요한 “우리의 경제개발에 매진할 시간을 벌기 위하여” 형식적으로나마 안보위협의 부담을 줄이려고 만든 것이다.

반면 6.15는 북한에다 햇볕이란 명목으로 퍼주기 하여 북괴의 체제유지와 핵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어 적화통일 할 기반을 조성하기 위함이었다. 즉, “북괴집단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보면, 7.4는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였고, 6.15는 “북괴에게 필요한 평화”였다.

이러한 책략은 공동선언문에 기술되지 않는다.

“7.4와 6.15가 같은 것”이라는 닭그네 할머니.

정말 북괴가 말하는 ‘평화’, ‘민주’, ‘자주’와 우리가 말하는 ‘평화’, ‘민주’, ‘자주’의 의미가 같은 뜻인가?

강도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와 강도가 취하는 ‘안전조치’의 의미가 같은 것인가?

닭그네 할머니는 아직 시집을 안 가서 모르는 것 같다. <끝>

<부추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