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 산하 투자기관 직원들이 시간외수당을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초과수당 부풀리기’ 관행을 막기 위해 새로 도입된 지문인식기 등 첨단장비도 무용지물로 확인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경향신문 취재팀이 25일 단독입수한 시설관리공단 시간외수당관리일지(2004년 8월~2005년 10월)는 이같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수당 허위기재나 허위 출퇴근카드 입력 등이 적발돼 문제가 된 적은 있지만 조작이나 대리입력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첨단 지문입력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지로 파악한 편법의혹 유형은 5가지다.

첫째로 일부 직원들의 출퇴근시간이 너무 정확해 의혹을 낳고 있다.

2005년 9월13~15일 공단 직원 3명의 출퇴근시간은 정확히 오전 6시, 오후 7시로 1분의 차이도 없다. 3명이 하루도 아니고 사흘 동안 동일한 시각에 함께 새벽 출근, 늦은 퇴근을 하며 지문을 찍었다는 것이다. 컴퓨터 조작이 의심되는 경우다.

퇴근 후 재출근하는 사례도 많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밤 11시50분 전후로 퇴근 지문을 한번 찍고 밤 12시가 넘기를 기다려 다시 출근 지문을 찍는 방식이다. 밤 12시가 넘으면 다음날 출근 지문으로 인식된다는 점을 악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퇴근시간을 조절하는 방식의 편법도 있다. 규정상 오전 8시1분에 지문을 찍게 되면 시간외수당은 0원이지만 7시59분에 찍으면 1시간1분의 초과근무가 인정된다. 같은 방식으로 오후 7시 넘어 지문을 찍으면 역시 1시간 이상의 초과근무가 분 단위까지 인정된다. 일지를 보면 이런 점을 악용해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퇴근하는 방법으로 월 최대 한도인 21시간치 수당을 타낸 이들이 많았다. 이밖에 관행적으로 월말에 초과근무 몰아서 하기 등의 방법도 애용되고 있는 것으로 일지에는 나와 있다. 지난해 시설관리공단은 시간외근무 수당으로 모두 47억8천여만원을 지출했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공단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첫째 사례의 경우 외부업무 때문에 지문을 찍을 수 없는 직원들이며 이런 경우 사후에 전산기록을 일괄입력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그는 “그날 해당 직원들이 회사에 모여 외근을 나갔으며 함께 지문을 찍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기도 했다. 박기용 서울시 재정분석담당관은 “솔직히 본청에서는 투자기관의 시간외수당 지급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편 지문인식기를 사용 중인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시의회 직원들도 할 일도 없이 일찍 출근해 지문을 찍고, 놀다가 밤늦게 다시 들어와 지문을 찍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상연·송진식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