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현재 한미연합사 사령관에 위임 되어있는 한국군의 전시 작전 통제권을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다음 달 14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 간의 정상 회담에서 이 의제가 공식 논의될 것이며, 이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양 국가 간에 실무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방침은, 파산 직전의 경제 상태로 말미암아 북한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며 미국은 한국의 작전통제권 환수 후에도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 때문에 한국에서 철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사실 미국은 국외 주둔군의 재배치 계획에 따른 전략적 유연성의 재고와, 한반도 관련 방위비 부담 축소와 대 한국 무기 판매 증가 등의 측면에서 우리 정부의 작전통제권 환수 방침에 한편으로는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시 작전통제권이란 중요한 안보현안을 '주권 및 자주국방’과 연관시켜 이를 쟁점화 시킨 한국 정부에게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우리가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고 이에 따라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면, 한미연합 작전계획 5027(유사시 미군 자동 증원계획)도 함께 폐기될 것은 자명하다. 이는 미국의 한반도 유사시 자동개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북한에 대한 전쟁 억지력(Deterrence)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논리는 주로 이로 말미암아 경제적 손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쟁 억지력의 감소에 의한 전쟁 가능성의 증대라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논외로 하는 것 같다.
이는 북한의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북한이 같은 동포인 남한을 향해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민족주의에서 기인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1%의 전쟁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여야 한다. 이에 나는 작전통제권 환수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역으로 이러한 전쟁을 가져올 수도 있는 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전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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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와해 5년 후 군사력의 우세를 앞세워 북한군은 전면 남침을 개시한다. 북한군의 선제공격으로 말미암아 아군은 수일 내에 전방진지가 무력화되고 수 주 내에 서울을 함락 당한다. 그들의 제공권 장악과 스커트 및 노동 미사일의 가공할만한 포격은 남한의 많은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을 준다. 남한 내에 배치되어 있는 첨단무기가 대부분 파괴된다.
우리의 긴급 요청에 의하여 미군의 전쟁개입으로 전세를 역전시킨 연합군은 여세를 몰아 평양을 접수한다. 북한이 보유한 첨단무기가 대부분 파괴된다. 북한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한다며 엄포를 놓는다. 중국군과 소련군이 북한군을 지원한다. 전쟁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현재의 휴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하여 다시 휴전에 돌입한다.
남북은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에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맨다. 우리는 다시 약소국으로 전락한다. 미국은 국제 질서유지를 위한 대 한반도의 화약고를 제거했다는 자부심으로 자축연을 갖는다. 남북 간의 전쟁을 통하여 미국의 동조 하에 일본은 알게 모르게 위상을 강화 시킨다. 각종 한미, 한일 조약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매우 불리한 여건을 감수하여야 한다. 남한에는 미군이 북한에는 중공군이 반영구적으로 진주하게 된다.
이는 가상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가의 안위와 관련한 안보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친필 휘호가 한쪽 벽면에 큼직하게 부착된 대통령 전용 상황판의 피아 군사력 비교표를 세심히 살펴본 박정희 대통령이 상황실을 정리하고 있던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내뱉은 말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군사력을 더 키워야 하겠지, 매우 열세에 놓여 있는 군사력에 대한 그의 심각한 면면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는 또 말을 이어간다. “아무리 미군의 힘이 막강하다 해도 국민의 안보 정신이 해이해지면 우리도 월남처럼 비참한 꼴을 당하고 말겠지.” 그는 정신전력의 필요성과 우리의 현실상황하에서 미군의 남한 주둔에 대한 절박성을 누구보다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유비무환의 박정희 대통령을 많은 사람은 독재자로 몰아 부친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 조국 근대화의 주역이요, 철통같은 반공주의자로서 지금의 우리나라 군사력을 북한군의 근사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우리의 지도자였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반론하지 않으리라 본다.
국정을 책임진 위정자들은 북한의 대남 공산화 전략에 대한 선군정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철저한 대비와 아울러 주한 미군의 절대적인 존재를 새삼 깨달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제시한다.(이 글은 2006년도에 작성한 내용으로 현재의 상황과는 다소 부합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덧붙입니다)
2006년 8월 30일 소설가/박봉환
<청어출판사 출간(02-586-0477) 박봉환 문집 “꼬마각시와 꼬마신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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