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은 과연 어떤 인간성을 지닌 후보인가? 그가 평범한 역할로 끝날 인간이면 이런 의문도 없을 것이나 그는 지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기에 가져 봄직도 한 의문인 것이다. 그에 관한 자료는 정보화시대의 산물인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으나 이런 자료들은 딱딱한 공식자료들이 대부분으로 그의 인간성과 내면세계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고 그의 인간성과 내면세계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30여년간 함께 울고 웃었던 지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시절 with 이명박'>,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미는 이름 '어머니' >, <온누리 교회에서 제작한 신앙간증 테이프 '크리스찬 리더의 역할과 사명 이명박 장로 특강'> 등에는 그의 애잔하면서도 섬세한 인간성과 사람됨됨이를 읽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알려주는 내용들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들은 나로서는 간접적 접촉일 뿐 나의 오각으로 직접 터치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밀착취재 하는 기회는 나에겐 언감생심이고 특별한 인연으로 네 번 그를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그에 대한 편린적 인상은 남아 있다.
첫 번째가 지난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출판기념회에서다. 출판기념회치고는 대단한 기념회였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그의 지지자들로 그 넓은 홀이 가득 찼고 일부는 복도에서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방송에 의존하여 실내의 열기와 흐름을 전해듣는 처지였다. 모인 군중수가 어떤 사람은 2만이라 하고 나중에 어떤 언론은 3만이라 보도했다.
이 날엔 나와 나의 아내는 멀리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그와 교감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나의 아내는 홀 뒤쪽에서 팔고 있는 몇 종류의 책중 오늘 기념회의 테마 북인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미는 이름 '어머니' >를 샀고 그 책을 통해 어린 시절 어머니의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교육을 읽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이회창씨의 출마발표가 있었던 다음 일요일에 가진 기자회견 때였다. 하필 주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주일예배를 못 가게 하느냐는 아내의 불평을 뒤로 한 채 여의도 한나라당 기자회견장으로 갔다. 성남에서 전철을 세 번이나 갈아타는 번거러움을 마다하고 간 이유는 이번 대선 기간중 지금이 그에게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때라 판단하고 조금이라도 격려해 주기 위해서이다.
당사 밖 현관 옆에는 박사모들이 천막을 치고 농성중이며 확성기를 통해 연신 "이명박은 사퇴하라"고 외쳐댔다. 정말 인간성을 상실한 한심한 작태였다. 기자회견은 심적 동요 없이 담담하게 회견문을 읽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질의응답 하는 것으로 끝나고 배용수 대변인실 행정실장의 안내에 따라 취재기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칸막이로 나누어진 출입기자실에 일일이 들러 출입기자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내 앞을 부‹H칠듯 스쳐지나갔으나 배용수 실장의 소개가 없어 악수 없이 지나갔다.
나와 명사랑 회장은 현관에서 박사모와 대치하고 있는 MB 팬을 지원하려 회견장에서 나와서 그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로고송을 부르고 있으니 그가 내려왔다.
팬들은 끝까지 열심히 뛰라는 취지에서 그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조금 떨어져 있는 명사랑 회장을 보고 다가와 악수를 나누고 명사랑 회장 뒤에 서 있는 나에게도 다가와 악수를 해 주었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악수였다. 의례적 악수란 앞줄에 서 있는 사람들과 하는게 통례이다. 그런대 뒷줄에 서 있는 나에게만 왜 악수를 했을까? 기자회견장에서 스치면서도 악수를 못한 것을 기억해 내고 잊은 것을 되찾듯이 악수를 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기억력도 좋지만 마음씨도 매우 여린 분이다.
그리고 가까이에서 본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는 수줍음을 잘 타는 그런 모습이었다. 다시 말해 큰 소리치는 스타일은 아니고 전형적인 외유내강 형으로 비쳤다.
세 번째는 서울시 선대위 발대식을 남산국립극장 문화의 광장에서 갖고 남산걷기를 할 때이다. 많은 당원들이 모인 곳이라 두 줄 앞에서 악수하며 지나가는 그와 별다른 교감이 없었다.
네 번째는 어제 오후 10시 안국포럼 옆 다방에서 전국의 주요 명사랑 대표들과 상견례에서다. 지방에서 유세를 마치고 김포공항에서 승용차편으로 안국포럼에 도착하여 회의를 마치고 옆 다방으로 오셨다.
그가 입장을 하자 우리는 준비한대로 박수를 치고 선도자가 "다음은 구호차례입니다."라고 하자 그가 구호를 말렸다. 남의 영업장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은 이유여하를 떠나 모양새가 안 좋다고 생각한 듯 하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이다. 기성 정치권의 정치인이라면 구호외치는 것은 약방의 감초인데 이를 만류하는 것은 아직까지 때가 묻지않은 정치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기념촬영을 마치고 간단하게 행사를 끝냈다. 그는 남의 다방인데 차는 마셨습니까라고 묻고 다방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사의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정말 자상한 마음씀씀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몇 번 안 되는 관찰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그는 자상하며 세심하며 수줍움을 타는 때묻지 않은 정치인이었다. 그에게는 신선함이 풍겨 나왔고 그래서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지도자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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