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사설 - 2005.9.23)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청소년 통일만화공모전에서 반미(反美)기조의 작품을 대상(大賞) 수상작으로 뽑은 것은 청소년에게까지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한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잖아도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부 좌파 시민운동단체들이 친북 반미 정서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흔든다는 지적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국가기관이라면 이런 정서의 확산을 경계하고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한데도, 한 여중생의 반미 만화를 버젓이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해 전국 순회 전시회까지 여는 것은 민주평통의 존립 근거마저 위태롭게 하는 셈이다.
대통령이 의장인 헌법기관 민주평통까지 나서서 친북 반미를 부추겨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가. 2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뒤늦게 드러난 바에 따르면, 5월 발표된 제4회 청소년 통일만화전 공모전 대상 수상작은 국가기관이 아니더라도 반미 감정을 부추기려는 저의 없이는 결코 수상작으로 선정할 수 없을 내용이다. 북한 어린이들과 얼싸안고 울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는 한국 어린이들의 바짓가랑이를 미국 어린이가 붙잡고 있는 만화의 친북 반미 취지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수상작으로 선정했다는 경위를 심사위원들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심사평을 통해 “미국이라는 우방이 소중한 존재이긴 하지만, 민족통일에는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냉정한 시각”이라거나 “민족통일은 자주적으로 이룬다는 열망이 가득하고, 이제 우리 청소년들의 의식도 이만큼 넓어졌구나 하는데 가슴 벅참을 느낀다”고까지 받들고 있다.
민주평통은 그런 심사위원을 통해 그런 작품을 뽑고도 심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발뺌할 일이 아니다. 헌법기관 직분을 어긴 잘못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민주평통법 제12조 선서문대로 민주적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민족의 염원을 제대로 받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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