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시위대에 얼굴을 맞고 2m가까이 되는 난간 아래로 떨어졌던 조구영 옹(82)이 열흘째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으로부터 뇌출혈 진단을 받은 조 옹은 의식이 돌아와도 말을 못하고 사물을 식별할 수 없는 후유증을 앓아야 한다.

“평소에 지병도 없었고 매일 외출할 정도로 건강하시던 분이었어요.” 아들 조기삼 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번 폭행을 당한 뒤 세 번의 CT촬영 끝에 뇌출혈을 발견했어요. 병원에선 수술이 안 되는 부위라며 약물요법으로 고인 피를 말려도 뇌세포는 재생이 안 돼 영구적으로 장애를 앓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3차 희망버스가 있던 지난달 30일 밤 10시경 부산롯데백화점 앞에서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던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측의 충돌이 벌어졌다.

영도대교 쪽으로 가려는 희망버스 시위대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던 순간 어버이연합의 한 할아버지가 주먹으로 얼굴을 심하게 가격당한 뒤 곧바로 난간 아래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당시 여기저기서 폭행이 벌어져 어버이연합에서 주먹에 맞아 이가 흔들리는 사람, 손등뼈에 골절을 입은 사람 등도 나왔지만 곧바로 중환자실에 실려간 조구영 옹은 희망버스 시위로 인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다.

처음 조구영 옹은 부산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은 뒤 구급차로 서울 강동구 길동에 있는 서울보훈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실을 거쳐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두 번째 했던 CT촬영에서도 안 보이던 출혈이 3번째 촬영에서야 발견되는 바람에 상태가 더 나빠졌다”는 것이 아들 조 씨의 설명이다.

“3차 희망버스는 평화시위”를 표방했던 희망버스 측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산거리를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미 부산시민들과 어버이연합이 희망버스 저지를 선언했고 사회 각계에서 휴가철 시위를 만류했으나 끝내 강행된 거리시위였다.

당시 현장에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폭력을 목격한 한국대학생포럼 소속 대학생들은 “희망버스 주최 측에서 저지른 폭력과 욕설 등 패륜적 행위가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정작 근로자들인 부산시민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어르신들을 밀치고 폭행했다”며 “‘치매 걸렸으면 집으로 가라’ ‘용돈이 궁해서 여기 나오셨죠?’ 등 모욕적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고 이들을 고발했다.

대학생들은 현재 조구영 옹에 대한 희망버스의 공식사과를 받아내기 위한 1인시위를 19일까지 청계광장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상해사건과 관련해 관할 경찰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를 밝혀내고 처벌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목격자와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수사 중이어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조 씨는 “국가유공자이신 아버지는 평소 자부심으로 애국을 강조하셨고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해오셨다”며 “6.25전쟁에서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아버지가 시위대 폭행으로 의식불명이 되시다니 너무 억울하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