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갑질'논란이 불거졌다. 한 백화점에 고객이 찾아와 7년 전에 사 간 귀금속을 수리해 달라고 했다. 점원이 본사 규정상 수리비의 8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보통 고객은 알았다고 하던가 알뜰한 사람이라면 수리비를 좀 깎아 달라던가 하여 합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고객의 딸이 매장을 무시하고 본사를 상대로 무상수리 약속을 받았다. 아마 억지가 있었을 것이다.

어째튼 이 고객(딸)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었으면 감사할 일이지 다시 매장에 찾아와 점원들에게 따지고 들었다. 해당 업체측 말에 의하면 "며칠 전에 매장을 방문한 어머니가 팔찌와 목걸이의 무상수리를 요청했을 때 왜 안 된다고 했느냐"며 1시간 넘게 항의를 했다고 한다. 1시간 넘게? 그리고 "‘매장에서 팔고 있는 제품이나 여직원이 착용하고 있던 제품, 상품권 등을 공짜로 달라"고 요구했다니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약점 잡아 뜯어내려는 수작이 박머시기 시장 닮은 것 같다. 안 당해 본 사람은 모른다. 사람 죽인다.

마침 지나던 고객이 너무하다 싶어 동영상 촬영을 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점원들은 큰 수모를 당한 채 직장에서도 쫓겨 났을지 모른다. 아무리 억지이지만 고객이 왕이라는데 왕에게 불만을 사고 견디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진해서(?) 고객앞에 무릎꿇어 앉았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세상에 알려지고 갑질에 대한 국민들의 민감한 반응 덕에 직장에서도 살아 남을 듯하고 어느정도 위로도 받은 셈이다. 그러나 한번 받은 마음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이런 행패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은 거슬러 올라 가 보면 다 근원이 있다. 대한민국 국군이 국법과 명령에 따라 내란을 진압했는데 나중에 반란군의 오명을 뒤집어 쓴 역사가 있다. 내란참가자들은 국가(민주)유공자가 되고 진압군은 반란군이 된 역사적 사건, 당초 폭동으로 내린 판결을 무려 17년이나 지난 뒤 재심이라는 요식절차를 밟아 내린 뒤집기 판결의 큰 충격적 사건이다. 바로 이것이 이 나라의 모든 질서를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 것이다. 상식적인 최소한의 질서도 없고 문제를 만들어 법원에 서류를 들이밀고 우기면 결과는 판사 만나기 나름이다. 이것이 최근에 나온 '너! 고소!'라는 광고가 주는 씁쓸한 시사점과 연이 닿는다.

우기면 된다는 심보가 만연해 있다. 안된다던 무상수리도 될 수 있고, 잘 하면 다른 제품이나 상품권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에 소개된 고객도 일이 재수없게 꼬였을 뿐 제대로 풀렸더라면 한 몫(?) 챙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란가담자가 국가(민주)유공자로 예우 받는 구도와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