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인/소설가
[시론] 능력 보여주기 충분했던 1년…
참을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 … 진정 국가와 국민 사랑한다면…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후세인은 굴욕적으로 살아 남아 자존심 강한 이슬람을 부끄럽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정잡배의 세계에서도 ‘그래, 난 원래 이런 놈이다. 어쩔래!’ 하며 막가파식 시행착오를 끝없이 반복하는 무식한 철면피는 용납되지 않는다. 양치기 소년은 어린애였지만 마을에서 쫓겨났다. 이미 늦은 것은 ‘고해성사 후 면책’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돌아오지 않는 강’의 10분의 9는 스스로 건너가고 있다. ‘참을 수 없는 대통령의 가벼움’을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어떤 경제적·사회적 대가를 치르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의 문제를 바로하는 것이 국가적 손해를 가장 줄이고, 국민의 기본권인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을 되찾는 길이다.
1년이면 유치원생에게도 연습기간으로는 너무 길다. 그만하면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진심을 다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말 국민과 국가를 위해 불철주야 열심을 다했다면, 뻘밭으로 더러워진 발을 거대여당이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국민들은 확실히 대통령의 편에 서서 그 발에 묻은 뻘을 기꺼이 닦아 주었을 것이다.
자신을 밀어준 당을 깨뜨리는 데 8개월여. 국민을 협박해 내란에 버금가는 혼란과 국민에게 깊은 배신감의 상처를 준 대통령직 걸기 발언 세 차례.
경제가 바닥을 뚫고 지하로 곤두박질 치고 연일 가족동반 자살자가 지면을 메우고, 농민이 할복하고 크레인 위에서 노동자가 목을 매고, 부안 주민들은 수개월 동안 전쟁과 같은 고통 속에서 아우성 칠 때, 190원짜리 우표 한 장이면 될 사신(私信)을 국고일지도 모를 삼천만원 예사로 날려가며 전국에 띄우고, ‘매미’가 국토를 할퀴는 중에도 뮤지컬 보는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하며, 지지율 탄핵지점에서 재신임 카드 던져놓고 근신은 커녕 범죄 피의자와 부부골프는 죽어도 쳐야 하고, 도무지 무엇이 열린 건지 모르나 권력자인 대통령에게만은 확실히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만을 위해 전략적 입당시기를 논하는 그런 대통령이 지금 좌초해 가는 우리 국민에게 꼭 필요한지.
만약 상대로부터 버림받기 전에 미리 떠나겠다고 은근히 협박해서 몇 번이나 의중을 떠 봐야 하는 병적 불안감이 심적 기저에 깔려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도 이미 자신의 무게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원초적 고백이고 증거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스스로의 입으로 ‘오십보 백보’라는 표현으로 범법(犯法)을 고백했고 그토록 사랑하는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갔다는 사실은 결국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는 현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10분의 1이고, 재신임이고, 새로운 특검이고, 더 이상 구차한 조건들을 달면 달수록 점점 더 초라해질 뿐 아니라 국가에 혼란만 주게 되고, 그것은 그야말로 국민을 두번 죽이는 결과가 될 뿐이다.
‘대선 때 그를 도운 게 후회된다’는 추미애 의원의 말처럼 법을 지키려는 많은 국민들이 대의 민주주의조차 거부해 예사로 위헌하는 노 대통령을 청와대에 넣은 걸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다.
일말의 애국심과 그토록 내세우던 순수한 양심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다면 방탄 청와대를 더 이상 만들지 말고 제발 침묵하고 스스로 떠나시라.
(오정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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