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욱박사를 아십니까?
오원철수석이 밤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에 ADD에 들러보니 그토록 늦은 시간에 불이 켜진 연구실이 있었습니다.
그 방은 ADD 창설멤버인 서정욱박사의 방이었습니다.
"뭘 하고 계십니까?"
"무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당시 서박사가 담당한 분야는 통신 전자분야였습니다.
그 당시 화포나 유도탄 분야에 대해서는 연구 개발 지시가 내려지고 자금 등이 지원되었지만 통신·전자분야에 대한 개발지시는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서박사의 말입니다.
『소총이나 박격포나 대포는 어떻게 만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무전기 개발 은 워낙 어렵기 때문에 미국에서 가져다 쓰는 거다, 하고 모두 체념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왜냐하면 한 연구소에서 우리보다 앞서서 2년 동안인가 연구개발을 했는데 실패를 한 상태였던 거예요. 그러니 지레 무전기는 우리 힘으로는 도저히 안되는 거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던 거지요』
여기서 서박사는 국산무전기 개발에 나섭니다.
청계천에서 진공관을 구해서 조립해 보고 미군부대에서 IC를 구해 조립도 해 봤습니다.
나중에는 반도체를 구해다 무전기를 만들게 됐는데 시제품을 4대 만들었습니다.
해병대가 포항에서 한미합동 훈련을 매년 했는데 서박사는 포항까지 내려가 평소 알고 지내던 통신 장교인 이재규 중령에게 남몰래 개발한 무전기를 야전에서 시험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 중령은 2주 훈련을 마치고 싱글벙글거리며 서박사를 찾아왔습니다.
다른 부대의 무전기가 몽땅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미군과 교신을 못했는데도 그 무전기 덕분에 미군과 불편 없이 교신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정보가 정보계통을 통해 청와대에까지 들어갔고 어느 날 대학 선배인 청와대 오원철 수석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1972년 7월 2일이었습니다.
오수석의 지시대로 서박사는 무전기 한 대는 청와대로 보내고 한 대는 사무실 책상에다 켜놓은 채로 있었습니다.
무전기를 켜놓고 앉아 있는데 『쏴아』하는 잡음이 없어지면서 경상도사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대통령이었습니다.
박대통령은 격려를 하며 애로사항을 얘기하라고 했습니다.
서박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동안 쌓인 불만을 다 얘기했습니다.
그 이후로 통신·전자 분야에 대한 개발 지시가 떨어지고 연구개발비 가 나오고 적극적인 지원이 시작됐습니다.
본격적인 무전기개발이 시작되었고 미군이 쓰는 무전기보다 훌륭한 무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완성된 무전기를 가져 오자 서박사는 무전기를 물속에 던졌습니다.
물이 줄줄 흐르는 무전기를 켜고 작동을 시키니 무전기는 먹통입니다.
보완을 지시받고 다시 돌아온 무전기를 이번에는 내동댕이 쳤습니다.
냉동실에도 넣고 깊은 물속에도 넣었습니다.
이렇게 무전기의 제조상의 기준이 정해졌습니다.
요즘 프랑스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삼성핸드폰으로 구조를 요청했다던가 브라질의 장관이 삼성핸드폰을 떨어뜨려 트럭이 깔고 지나갔는데 통화가 되더라는 신화같은 이야기들은 이때의 FM을 적용한 덕분입니다.
서박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탱크나 차량의 무전기와 항공기의 무전기까지 개발합니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로 서박사는 86년에 TDX(전자교환기)를 개발합니다.
당시 인도와 브라질은 TDX개발에 실패했었고 시장은 미국과 일본등 선진국이 독차지하고 있었습니다.
5공 최대의 업적으로 꼽히는 CDMA는 서박사를 팀장으로 하는 12명의 연구원들의 성과입니다.
세계 최초로 CDMA가 상용화되고 서박사는 SKT의 초대 사장에 취임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핸드폰의 유래는 따지고 보면 박정희시대의 국방과학기술의 개가입니다.
이런 기술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연구에 총력을 기울인 5공의 공로도 있지만 인재를 키우고 자주국방에 심혈을 기울인 국방과학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 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박정희시대의 그런 기술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이 IT강국으로 일어설 수 없었을겁니다.
30년전의 기술이 오늘날 우리를 먹여살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서 어떤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지난 정권부터 이루어 지고 있는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연구외에는 이렇다 할 뚜렷한 기술이 보이지 않습니다.
서정욱박사의 말입니다.
"거스 히딩크감독의 성공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대표팀의 역대 감독들이 한 역할이 히딩크성공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겁니다.
동시에 우리 팀이 보여준 놀라운 체력도 국력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강한 국력을 만들어 낸 기성세대의 피와 눈물과 땀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체력과 선전이 가능했습니다."
서박사는 어떤 한 개인의 핵심적 주도적 역할을 높이 평가하기에 앞서 현재의 훌륭한 결실이 가능하게끔 과거로부터 쌓고 다져온 역량과 기반을 강조합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원인없는 결과 또한 없는 것이고 보면 오늘 우리가 업적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근원을 뒤돌아 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오늘의 우리가 쌓고 다지는 역량은 내일의 결실이 된다는 것인데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후세들이 그들의 업적을 돌아보며 우리를 그들 업적의 근원이라고 불러주고 고마움을 표시할까요?
나라를 온통 과거로 돌려놓고 그들의 근본주의적인 이념구현을 위해 올인한 노무현 정권 5년을 후세들은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우리 일상에 없으면 안될만큼 생활속에 파고든 핸드폰 하나도 오랜 기간의 기술축적의 결과이고 보면 나라를 아무 대책없이 표류시키는 노정권의 죄악은 우리까지를 도매금으로 나쁜 선배였다고 후배들에게 욕먹게 하는 씻지 못할 대죄입니다.
다음세대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국가에 있어 이것보다 더 중요한 화두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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