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씨가 7월 27일자 조선일보 A30면에 쓴 글
｢문학은 하나다!｣의 5문단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5)
강한 통제 속에서 수많은 정치적 쇼윈도 앞을 그냥 지나쳐 흘러다니면서 저쪽의 삶의 이면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저들 북쪽의 문인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정(市井)으로 찾아가 주점에서 술잔도 기울이고 그들의 집도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야말로 하나된 문학적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러한 통제는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뒤지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절반쯤은 소박하게 참 어려운 모양이며 안 되었다는 소감이고, 많은 사람들은 전보다 더욱 북쪽 사회의 모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남북의 상황이 달라지고 풀려가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
위의 글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저들 북쪽의 문인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시정(市井)으로 찾아가 주점에서 술잔도 기울이고 그들의 집도 방문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면 그야말로 하나 된 문학적 체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이다.
황씨가 제대로 된 자유정신을 지닌 예술가라면, 북한 문인들의 가정을 남한의 문인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북한의 질식할 듯한 노예적 통제사회만 규탄했어야만 옳다. 그런데 황씨는 위 문장 다음에 아래 문장을 덧붙임으로써 남한사회를 북한과 별로 다를 바 없는 통제사회인 양 표현하는 거짓말을 썼다.
“ …이러한 통제는 우리도 더하면 더했지 뒤지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으면서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
황씨에게 묻고 싶다.
과연 우리(남한) 사회는 북한보다 더하면 더했지 뒤지지 않는 통제사회인가?
북한 문인들이 남한에 왔을 경우, 저들이 남한 문인들의 집을 방문하여 술잔을 기울이는 것을 제지할 사람이 그 누구인가?
남한은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가 아닌가? 자유가 넘쳐흘러서 부패현상이 심한 사회가 아닐까?
왜 황씨는 애매하고도 교묘한 문장으로 남북한이 “같은 수준의 통제사회”라는 뜻의 말을 감히 쓰는가?
남한 사회는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북한의 만 배, 백만 배 자유로운 사회였다. 그랬기에 조정래씨, 그리고 황석영 당신 같은 친북좌익 작가들이 자유롭게 빨치산을 찬양하는 소설을 써서 돈 벌 수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또
“…많은 사람(남한에서 방북한 문인)들은 전보다 더욱 북쪽 사회의 모양에 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 측면도 있었다. …”라는 말도 썼는데, 이 부분은 비교적 정직하게 썼다고 본다.
6문단은 다음과 같다.
(6)
어느 민족에나 타자에 대하여 성난 얼굴, 기쁜 얼굴, 싸우는 얼굴, 사귀자고 웃는 얼굴 등등 여러 가지의 얼굴이 있다면, 분단된 이래로 북은 민족의 한쪽 측면인, 주장하고 싸우는 역할만을 해오면서 지난 15년 동안 스스로를 소진시켜 왔다. 나는 그러한 흔적들을 오랜만에 만난 북쪽 문인들의 얼굴과 당국자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으며, 주민들의 행색과 무엇보다도 쇠락해가는 기념적 건물들에서 살필 수가 있었다. 내가 처음 방북했던 그때만 해도 통제는 너그러운 가운데 너나없이 열정이 있어 보였다. 어찌 다 이 모든 속내의 말들을 글로 쓸 수가 있을 건가. 이 봉쇄를 버티는 가운데 저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나는 북의 문인들을 대하면서 울고 싶을 정도로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
위의 글은, 전반적으로 암 환자의 말기 증상을 보여 주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질펀하게 깔린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정직한 표현이라고 본다. 김정일씨의 눈치도 안 살피고.
그런데,
“… 이 봉쇄를 버티는 가운데 저들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 라는 문장은 약간 어폐가 있어 보인다.
“봉쇄”라니!
남한이 북한을 봉쇄했단 말인가?
미국이 북한을 봉쇄했기 때문에 북한이 못살게 됐단 말인가?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면서 민주주의를 표방해 온 북한의 세습 독재 체제가 북한사회 전체를 포로수용소처럼 외부로부터 봉쇄했기 때문에 북한이 저토록 비참하게 피폐해진 것으로 본다.”라고 표현했다면 황씨는 높은 수준의 예술가다운 정직성과 용기를 지닌 인물이라고 찬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처럼 [한국형 빨치산문학]을 저질문학으로 치는 사람들조차 황씨의 소설책을 사서 읽고 싶어질는지도 모른다. ***
황석영씨가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자이며 동시에 고품질의 민족주의자라면, 글 제목부터 잘못 정했다고 본다.
이 글 전체의 제목은
“북쪽 형제들 몰래 나는 통곡했노라”가 좋지 않을까 싶다. //050804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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